장씨아들검거 풀어야할 의혹들구권(舊券)화폐 사기사건 수사가 두달 넘게 장기화하면서 여전히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임안식·부장검사)는 9일 장영자(張玲子·55)씨와 공모해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수배중이던 장씨의 아들 김모(30)씨를 8일 밤 서울시내 모 은신처에서 검거해 장씨의 소재를 캐고 있지만 김씨가 입을 열지 않아 아직까지 수사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가 검거되지 않아 어느 것하나 실마리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사건 개요
검찰수사 결과, 지금까지 드러난 장씨의 사기행각은 모두 5차례(표 참조). 검찰은 이외에도 2, 3건의 추가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장씨는 아들 김모씨 등 일가족과 윤모(41·여·구속)씨와 공모,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시중은행 및 사채업자를 상대로 “수표 20억-24억원을 주면 웃돈을 얹어 구권화폐 30억원으로 돌려주겠다”는 거의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풀리지 않는 의혹
지금까지 드러난 실제 피해액은 26억원. 장씨가 사채업자 하모(38·구속)씨에게 가로챈 21억원과 윤씨가 S은행 서모(45) 지점장에게 가로채 정모(41)씨에게 넘긴 5억원이다. 전체규모 100억원이 넘는 사기액 가운데 나머지 수표들은 모두 지급정지로 무용지물이 됐다.
거액의 선수표를 건네받고 즉시 되돌려 주는 과정에서 별 실익을 얻은 바 없는 장씨가 왜 같은 행위를 반복했는지, 최종적으로 무엇을 노렸는지가 일단 의문으로 남는다.
다음은 구권의 실재(實在) 여부. 구권화폐는 94년 이전에 발행된 1만원권으로 신권과 달리 은빛 세로선이 없다. 93년 금융실명제 실시 후 명동 등 사채시장에는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이 구권 형태로 존재한다는 소문이 계속돼 왔다.
지금까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구권화폐가 단 1장도 없음에도 불구, 장씨가 단지 소문과 자신의 ‘명성’을 근거로 현직 은행간부와 사채업자를 속일 수 있었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밖에 장씨가 소유하고 있었다는 거액의 국내외 채권의 진위와 입수경위, 그리고 윤씨가 사기과정에서 배경으로 내세운 정·관·언론계 고위층의 연관성 등도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다.
◆검찰수사
검찰은 우선 장씨 검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의 장기간 도피행각에는 ‘이근안(李根安) 사건’ 때와 같이 분명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장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도 다음날인 25일 아침까지 집행을 미뤄 밤사이 장씨 도주를 방조한 사실과 모두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 해외채권의 진위 판명조차 해당기관에 아직 의뢰하지 않은 점 등은 검찰수사의 적극성에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
장씨는 9일 오후에도 자신의 변호사인 이모씨 사무실에 전화, “지난 3월 윤씨에게 받았다가 지급정지된 30억짜리 수표에 대한 권리입증 소송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수사에 별로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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