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 獨ICE보다 평균 1점앞서 '낙점'“국민과 역사 앞에 한 점 티없이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였다.”
1993년 8월20일 이계익(李啓謚) 교통부장관은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발표 내용이 곧바로 의혹의 빌미를 제공했다.
선정작업 실무를 맡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TGV(테제베)가 독일의 ICE(이체에)나 일찌감치 대상에서 탈락한 일본 신칸센(新幹線)보다 여러 면에서 우세했다고 설명하면서 “TGV가 평균 87점대로 86점대의 ICE보다 총점 3만점에서 300점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면 단 1점차이로 당락이 갈렸다는 얘기다.
고속철 사업은 89년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의 6공화국 초기에 시작돼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인 93년 사실상 최종 차량 선정이 이루어졌다.
단군 이래 최대역사(役事)로 불렸던 고속철 사업은 그러나 83년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89년 7월 대통령령으로 고속전철 및 신공항건설추진위원회가 구성되자마자 온갖 잡음이 불거져나오기 시작했다.
TGV 제작사인 GEC알스톰사측이 노·김 전대통령에 대해서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치자금을 제의했다는 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루머가 확인되지 않은 채 꼬리를 물었다.
차종 선정은 외압이나 한 점 의혹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정부측 입장이다. 그러나 알스톰사를 선정한 지 4개월 후인 94년 1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고속철도 차종선정 진상조사위원회가 교통부 책임자와 청와대 고위층의 정보유출 및 커미션 수수의혹이 짙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도 고속철도공단에 대해 결정의 타당성 여부를 특별감사하겠다고 큰 소리 쳤으나 막상 발표때는 공단의 조직문제만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93년 선정 실무작업은 공단과 산업은행 등 8개 기관 평가요원 50여명이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은 채 콘도에서 한달동안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본격화한 의문제기로 이런 표면적인 선정 절차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알스톰사 어떤 회사] 발전설비.철도차량 전문 고속전철 TGV로 유명
프랑스의 알스톰(Alsthom)사는 세계적인 발전설비·철도차량 전문업체로 회사이름보다 이 회사가 만든 고속전철 TGV로 유명하다.
80년대초 세계최초로 시속 270㎞의 철도운행에 성공했고 350㎞이상 초고속으로 달리는 차세대고속전철을 개발중이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스위스·스웨덴 합작사인 아시아 브라운 보베리(ABB)사와 합병, 세계 최대 전력회사인 ‘ABB 알스톰파워’사로 출범했다.
알스톰사의 모그룹은 프랑스 최대기업인 알카텔 알스톰그룹. 주활동영역이 철도수송, 발전, 송배전, 산업·해양설비 등 5개 부문에 걸쳐있고 연매출액은 100억달러규모에 달한다.
주력부문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발전설비이며 이 강점을 살려 우리나라와도 1966년 팔당수력발전소사업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여수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1·2호기 등 10여건의 발전소사업에 참여, 국내 발전설비 용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설비를 공급하기도 했다.
또 경남과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송전설비와 서울지하철 3·4호선과 과천선의 차량전력 공급설비 등 지하철 및 철도사업에도 차량부품과 전기장비 등을 공급해왔다.
국민의 정부 출범후에도 지난 3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당시 인천국제공항철도 및 경전철사업에 4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 회장이었던 피에르 쉬아르씨는 97년 5월 회상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아 불명예 퇴진하기도 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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