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대가 받은적 없다" 한목소리로비스트들은 1993년 고속철도 차량선정 당시 누구를 중점 ‘공략’했을까.
당시 최종 차량 선정권자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그 밑으로 이계익(李啓謚·현 문화일보 부사장)씨가 주무부처인 교통부 장관을 맡았고 박유광(朴有光·현 아서앤더슨기술연구소장) 당시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이 실무선정작업을 총괄했다.
또 이경식(李經植) 경제부총리와 박재윤(朴在潤)경제수석이 김 전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경제정책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이 사실.
이들은 한결같이 로비스트들로 부터 ‘부적절한’ 청탁이나 대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계익 전 장관은 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정과정은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며 “건설공단으로부터 선정업체를 보고받아 다시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어 “건설공단이 차량선정과 관련된 작업 일체를 맡았기 때문에 나는 막전막후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도 이날 검찰이 차량선정과 관련, 거액의 금품로비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측근들에게 “선정과정은 한점의 의혹없이 투명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이사장은 또 “6차례의 평가를 통해 도입가격이 2억달러 이상 떨어지고 기술이전 조건도 좋아졌는 데 로비를 받았다면 이 일이 가능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그러나 금품로비의혹을 제기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당시 교통부 고위관계자는 “차량 선정 전후로 정치권과 관가에 2,000억원 로비설이 파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시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정·관가에 최소한 금품로비가 시도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현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교통부는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실무선정팀에 집중적으로 로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당시의 다수설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차량선정 이전부터 정·관가에 로비설이 제기됐던 만큼 실제 금품로비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수사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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