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짓말’의 남자 주인공 이상현씨가 본업인 설치미술로 돌아온다. 15일 서울 인사동에 개관하는 인사아트센터 기념전을 통해 선보일 설치전 ‘Here & There Land: 소금사막… 그리고 전자유목민의 역사기’는 영화 출연이후 처음이면서 1996년 ‘불의 신화와 기원’이후 오랜만에 여는 개인전이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워낙 많은 말을 뿌린 영화 덕택에 이번 전시전이 ‘화제성’이란 효과를 얻었지만, 설치작가로서의 이씨에겐 작가 본연의 색깔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이다. 그동안 미술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씨가 또다른 영화출연 제의를 사양하고 이번 작품전을 선택한 것도 작가로의 입지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미술계 인사들과의 교분도 이번 작품전을 준비하면서 추스려 나갔다고 한다.
대중적으로는, 영화배우로 더 잘 알려진 이씨는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설치미술의 선두에서 전위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해 온 인정받는 작가다. 1991년 ‘지질시계’ ‘떠오르는 지구의 달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신성처럼 등장한 그의 작품은 기술문명 세계의 권력으로부터 이탈하는 몸짓과 메시아적 구원의 요청을 특징으로 한다.
이번 설치전도 마찬가지 주제를 담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로 대변되는, 전자세계를 지배하려는 권력에 패배한 뒤 소금사막으로 후퇴해 그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려는 ‘전자유목민’의 꿈을 형상화한 설치작품이다. 특히, 이번 설치작업은 퍼포먼스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15일(월) 개관식에 이어 오후 7시 달파란, 안은미, 저자 등의 음악과 춤, 극 등이 어우러진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그 흔적으로 설치작품이 완성된다. 작품은 6월 4일까지 전시된다. 이씨는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다시없는 충만감을 느꼈다. 앞으로 영화나 미술 가리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요즘도 몇 편의 영화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는 그는 미술가로서 영화배우로서의 앞날이 주목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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