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문화 바로잡기 운동전개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단장 이강숙·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프로 뺨치게 활동하는 아마추어 모임이다. 현재 단원은 치킨집 주인, 주부, 회사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의 20-40대 50명. 대부분 노래가 좋아서 만난 보통 사람들이다. 학력과 전공에 상관 없이 18-50세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이 공연문화 바로 잡기 운동으로 ‘초대권 박멸’과 ‘10분 전 입장하기’ 를 외치고 나섰다. 영화표는 당연히 사면서 음악회는 공짜로 보려는 얌체 심리와, 공연이 시작된 뒤 입장해서 객석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지각 손님을 추방하자는 것이다. 17일(수)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제 5회 정기연주회가 그 첫 시험대.
이 공연을 알리는 전단에는 ‘10분 전에 입장 안하면 혼남’이라고 엄포가 쓰여있다. 늦게 오면 1부가 끝나야 들어갈 수 있다는 애교 섞인 경고다. 초대권도 없앴다. 초대장은 있지만, 특별히 좋은 좌석을 준다는 것이지 공짜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 초대권 박멸에 지각하면 입장 금지라니, 관행을 깨뜨리는 엄격한 규칙이다. 세계 유명 연주자가 와도 그리 하기는 어렵다. ‘음악이 있는 마을’의 지휘자 홍준철도 “뭔 배짱인지 모르겠다”며 실패할 확률이 높음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문화운동은 허기진 한국 공연문화에 산삼을 먹이는 일과 같기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다짐한다. 3월 개관한 LG아트센터도 국내 공연장으로는 처음으로 초대권을 없애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따로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 합창단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주 2회 (화·목 오후 7시-9시) 연습에 빠지지 않는 것만도 어려운 일. 인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단원 강형준(29)씨는 연습날이면 가게를 아내에게 맡기고 서울로 온다. 평소 노래하기를 좋아하다 1998년 ‘음악이 있는 마을’ 단원이 됐다는 그는 “합창단 활동을 통해 음악 갈증을 풀 수 있어 좋다”며 “무대에 설 때마다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말한다.
‘음악이 있는 마을’은 1996년 창단됐다. 서로 마음을 합쳐 노래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사회 구석구석 퍼뜨리자며 출발했다. 이들은 정기공연을 할 때마다 한국 창작곡을 위촉해 발표하고, 민요를 편곡해 새롭게 부르는 등 참신한 시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서양음악이 아무리 훌륭해도 맨날 그것만 해서는 한국 음악이 불구가 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창단 공연 무대에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창작곡과 나란히 가요 ‘빈대떡 신사’가 올라가기도 했다. 정기연주회 말고도 매년 6회 장애인 시설, 교도소, 병원, 군부대, 외국인 노동자 등을 찾아가 노래를 선물해왔다.
15일 연주회는 이건용의 칸타타 ‘나자로의 노래’ 중 네 곡, ‘광야에서’ ‘ 아침이슬’ 등 1970-80년대 민중가요, 신작 가요, 전국 각지의 토속민요를 들려준다. 공연 시작에 앞서 4명의 작곡자와 편곡자들이 음악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 추신: ‘음악이 있는 마을’은 24일까지 단원을 모집한다. 팩스(02-520-8173)나 E메일(hiphk.hanmail.net)로 접수해 25일 오디션을 치른다. (02)520-8171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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