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산업 합리화 사업이후 태백을 비롯한 정선 사북 등 태백 탄전지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상주인구가 5∼6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지역의 경제는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탄가루가 날리던 집과 거리는 깨끗해 졌고 시내 도로망도 조금씩 정비되고 있지만 지역경제를 회생시킬 가시적인 조치는 아직 없다.1995년 제정된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국내 유일의 카지노가 건설되고 있으나 다른 지역개발사업은 여전히 ‘추진중’이다. 사업비의 90% 이상을 부담해야 할 민간 사업자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검은 땅에도 희망의 싹은 남아 있다. 내국인 출입의 카지노가 들어선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여러 개발사업의 전망이 밝은 것은 더욱 아니다.
아직도 어려운 현실이지만 지역주민들은 힘을 모아야 할 때 모을 줄 알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지하 수천㎙의 막장에서 다진 동지애에서 출발한다. 하루에‘두겹의 하늘’을 쓰고 살면서 터득한 생명의 소중함을 주민들은 안다. 그래서 폐광지역 주민들은 힘을 합쳐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지역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이 법에 의한 지역개발은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또 백두대간을 끼고 살아가는 환경친화적 특성 때문에 개발로 인한 무분별한 환경파괴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폐광지역 주민들은 그런 개발을 갈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같은 노력과 정신을 바탕으로 푼돈을 모아‘시민주식회사’를 곳곳에 만들었다. 시민주식회사는 주민중심의 개발과 고용확대를 위한 공식적, 비공식적 부문의 노력을 꾸준히 펼쳐가고 있다.
더 이상의 대안이 없었기에 선택했던 카지노 사업이지만 ‘폐광지역 개발=카지노 개발’로 보는 외부의 시각을 거부한다. 걸핏하면“우리도 내국인 카지노를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치는 몇몇 지자체의 외침은 주민들을 씁쓸하게 한다. 아직 우리에게 백두대간의 수려한 자연환경, 한강과 낙동강을 발원시키는 풍부한 수자원, 다양한 생태자원이 남아 있고 끈질긴 주민들의 자구노력이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을 캐낼 수 있다.
/원응호 태백생명의 숲 사무국장·태백자활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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