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광주의 아픔, 살풀이 한마당“그 열흘간 아름다운 나라를 다시 펼치는 서울 하고도 우면산 기슭, 예술의 전당 야외 무대를 지켜 주소서” 꼭 20년 지났다. 극단 연우무대는 새 천년 오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대에 올린다. ‘오월의 신부’ 상연을 앞두고 제작진과 망월동 묘역을 찾은 원작자 황지우 시인의 조문이 울려 퍼졌다.
임진년 삼월 열아흐레(4월 23일) 제작팀의 염원을 담아,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과 정신이 새천년 오월의 서울 하늘 아래 소생한다. 일주일 꼬박 일몰후 예술의전당에서 벌어지는 야외 무대(오후 8시~10시까지). 콘서트홀 앞 광장은 1,200석의 임시 좌석에다 1억 5,000만원 상당의 조명 장치와 음향 세트로, 한 판 총체극 살풀이 마당이 된다.
“그날 숨진 아름다운 영령들을 역사적 교훈으로 남기자”는 황씨의 결심은 99년 5월부터 꼬박 두 달 동안 첫 희곡 집필로 이어졌다. 모두 22장으로 된 희곡이 이번에 2시간 여의 무대로 거듭난다.‘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에 이어, 그해 광주의 마지막 1주일이 연극으로 재현된다.
마지막까지 시민군과 함께 한 장요한 신부, 감옥과 군대를 전전한 그날의 생존자들이 모여 극락강 광천동 들불야학을 회상한다. 객석은 자연스레 그때 그곳으로 간다. 무대는 암전되고, 함성과 지랄탄 폭파음이 당시 시위 현장을 불러 낸다. 18일 금남로가 피의 날들로 재현되고, 공수대의 만행에 피가 솟구친 시민들이 무장 봉기하다, 스러지기까지의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시민군 상황실에서 신부의 집전 아래 치러지는 가상의 혼배성사 장면은 극의 비극성을 극도로 승화한다. 시민군 대변인 김현선(27)과 들불야학교장 오민정(23)의 결혼식이다. 시민군의 마지막 가두 방송 등 역사적 자료는 물론, 격렬한 사물장단과 록 비트로 긴박감을 더한다. 도청으로 탱크가 밀고 들어오는 장면에서 돌연 전개되는 30초 간의 정적이 무대를 짓누른다.
25명으로 이뤄진 대형 남녀 코러스의 등장은 우리 창작극으로서는 첫 시도. 무대 위의 긴박한 상황을 전달해, 객석이 무대에 대해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그들은 함께 읊는 대사 간간이 “아흐 다롱디리” 등 고려 가요의 후렴부나 “할렐루야” “아멘” 등을 병치,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
연극은 시작 전부터 성황이었다. 지난 3월 벌어졌던 이 연극의 오디션장에는 20-30대 중반의 배우 150명이 몰려 경쟁했다. 원로 장민호, 중견 강신일 등의 배우도 기꺼이 응해 화제를 더했다. 이들과 제작진은 지난달 광주 망월동 공원내에서는 제사를 올릴 수 없다는 규정을 처음으로 어기고, 황지우씨가 조문을 낭독하는 가운데 30여분간 제사를 올렸다.
한편 8일 문학과 지성사는 이 극의 원본인 황지우씨의 희곡 ‘오월의 신부’를 출판, 공연 기간 중 입구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김광림 연출, 강신일 백익남 이두일 김지영 등 출연. 18-27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야외극장 특설무대 (02)762-001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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