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염색체 가운데 가장 짧은 21번 염색체의 염기배열 완전 해독은 지난해 12월 22번 염색체의 해독에 이은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두번째 성과이다.일본 이화학연구소와 게이오(慶應)대학 등 일본팀이 70%, 독일 연구기관이 30%를 분담한 21번 염색체의 해독은 무엇보다 유전성 난치병의 해명과 유전자 치료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1번 염색체는 전체 인간 게놈의 1.5%에 불과하지만 선천성 정신박약증인 다운증후군(몽고증)을 비롯한 각종 난치병의 원인 염색체로 여겨져 왔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날때부터 한쌍이어야 할 21번 염색체에 한 줄이 더 들어 있다.
알츠하이머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스티븐 호킹박사가 앓고 있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등의 원인 유전자 127종이 들어 있는 것도 밝혀져 있었다. 이번에 새로 확인된 98종의 유전자 가운데는 조울증의 원인 유전자나 암의 발병·억제에 관계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을 가능성도 크다.
개별 유전자의 정확한 기능을 해명하는 데는 앞으로도 몇년이 더 걸리겠지만 원인 해명과 그에 따른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또 21번 염색체의 유전자가 225개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그동안 약 10만개로 추정돼 온 인간 유전자가 실제로는 절반 이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3,340만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22번 염색체에도 유전자는 545개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짧은 염색체라고는 하지만 두 염색체의 유전자가 800개도 안되는 결과를 두고 인간 유전자는 4만개 정도라는 새로운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셀레라 지노믹스를 비롯한 미국 바이오기업의 인간 게놈 해독작업이 거의 끝난 상태에서도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특별한 관심을 끌어 왔다.
바이오기업은 유전자 단편을 이용한 염기배열 해독에 매달려 왔다. 문제는 염기배열을 해독하고도 염색체의 어느 부분인지를 알 수 없어 전체 게놈 지도를 작성하려면 일일이 위치 확인을 해야만 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염색체내의 위치가 특정된 유전자를 통째로 해석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해독된 유전 정보의 정확도에서도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99.95%로 바이오기업의 약 98%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한편 기능과 유용성이 해명되지 않은 유전정보에 대해서는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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