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알스톰사서 사례금명목 1,100만불 받아총 사업비 18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 불리는 경부고속철도사업 과정에서도 또다시 여성로비스트의 ‘활약’이 문제가 됐다.
여성로비스트 호기춘(扈基瑃·51·여)씨와 호씨와 함께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진 최만석(60)씨는 1993년 고속철도 기종으로 TGV(테제베)가 선정된 1년 뒤 납품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무려 1,100만달러의 거액 불법커미션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모대학 영어학과를 중퇴한 호씨는 외국계 은행및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90년대 들어 알스톰사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식 직원은 아니었지만 영어와 불어실력이 뛰어나 알스톰사가 추진하는 대형 사업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
한국 국적인 호씨는 1993년 1월 사업수완을 인정받아 당시 프랑스인인 한국지사장으로부터 “알스톰사가 고속철도 차량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문민정부에 로비해줄 사람을 물색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성사 대가는 계약금(21억160만달러)중 알스톰사의 지분(11억달러)의 1%를 커미션으로 받는다는 엄청난 ‘호조건’이었다.
호씨는 이후 적당한 조력자를 물색하던 끝에 평소 알고 지내는 역술인 한모씨로부터 “정·관계에 마당발로 소문난 사람이 있다”는 소개를 받고 최씨를 만났다.
국내 K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70년대 말 도미한 최씨는 그 곳에서 영주권을 얻은 뒤 아파트 재건축사업과 오퍼상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A한인협회 간부까지 지냈던 최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탓에 얼마 후 귀국, 국내 정치권을 자주 기웃거렸고 주변에는 자신이 정·관계에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과시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지방에서 출마했다는 소문이 있으나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호씨는 최씨를 만나 알스톰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될 경우 1,100만달러의 사례금 중 65%를 건네주기로 약정을 맺었다.
결국 차량 제작사는 이들의 첫 대면 이후 1년7개월 뒤인 94년8월 알스톰사로 최종 결정됐다. 이들은 그 대가로 알스톰사로부터 각각 380만달러와 620만달러씩 챙긴 뒤 대부분을 해외 계좌에 은닉해 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호씨는 이중 일부를 부동산 구입에 사용했으며 계약 성사후 프랑스인 한국지사장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알스톰사가 선정된 데는 이들이 당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모종의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호씨가 “로비는 최씨의 몫이었다”고 모든 것을 최씨에게 떠넘기고 있어 수사에 결정적인 진척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검찰은 또 알스톰사가 이들외에 또다른 거물 로비스트를 활용, 막후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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