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배우열전](13) 정동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배우열전](13) 정동숙

입력
2000.05.10 00:00
0 0

“아메리카 방구는 조꼬레또 방구, 조꼬레또 방구는 단 방구…” 탈, 꼭두, 탈춤, 풍물…. 거기에다 노래와 재담까지.4월 말 열흘간 나카오카 등 일본 5개 도시를 뒤집고 온 정동숙(33)이 서울 에 왔다. 남사당 꼭두놀음, 동래야류, 봉산탈춤은 물론 테크노의 몸짓에다 우리 사설을 한 몸에 체득한 여자. 한 손에는 먹중 각시 기생 등 서양식 손인형, 반대편에는 영감 할미 등 전통 막대 인형을 들고 한바탕 재담을 펼친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산너머 개똥아’의 주연.

부산 동래여고 시절부터, 그는 학교의 걸물이었다. “똥파리” 모르면 간첩이었다. 안 가는 데 없어 붙은 별명. 중력 밖에서 노는 듯 가벼운 몸놀림에 ‘물고기로 치면 보통 물고기보다 부레가 세 배는 크다’는 말까지 따랐다. 그가 물고기라면 연극은 물이다.

27세 때는 집안의 닦달이 하도 심해 1주일에 세 번꼴로 선 봐야 했다. 그의 대사, “나는 앞으로 연극할거니까, 술이나 한 잔 사 주소.” 지금 생각하니 미안하다. 그렇게까지 위악적이어야 했나 싶어.

왜 그토록 연극을? “연극을 하지 않으면 시들해져서 자살할 것만 같다. 연극하며 사람들 웃기라는 명령이라도 받았을까?” 에너지, 신명, 한국적 흥. 10년째 연희단거리패를 따라다니는 일본의 ‘이다’ 인형극 페스티벌 위원장 마츠자와 후미코(40)가 그를 인수분해했다.

그는 골수연극패 공동체인 우리극 연구소 밀양 연극촌(대표 이윤택)의 여성 최고참이다. 가끔 마을사람들이 잡아 주는 돼지로 벌이는 잔치마당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활력소.

그의 마음은 자신의 넉살을 키워 준 고향 마을을 결코 떠나지 못한다. 이번에는 한창 공연 중인 23일 하루 동래여고옆 금정구청 공연에서 특별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고향에 늘 미진한 마음이 조금은 풀릴 듯 해서다. 김승연 강왕수 장재호 등 한집안 식구보다 더 가까운 연희단거리패 식구들이 함께 한다.

7월 LG 아트센터에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0월 경주문화엑스포에서의 ‘도솔가’, 11월 정동극장 ‘오구’에 출연한다. 12월 정동극장의 ‘어머니(주연 손숙)’에서는 연출까지 한다. 158㎝의 키에 밀양 연극촌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는 선무도로 다듬어진 단단한 몸매다.

최규성기자

입력시간 2000/05/09 18:49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