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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잣대로 사극 '허준' 평가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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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잣대로 사극 '허준' 평가는 무리"

입력
200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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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서 어른까지 모두 MBC 월·화 드라마 ‘허준’을 이야기한다. 본방송 시청률이 60%를 넘고 있으며 재방 시청률도 20%에 달할 정도다. ‘허준’을 시청하기 위해 월·화요일 저녁에는 빨리 귀가할 정도로 ‘허준’은 이제 ‘국민 드라마’가 됐다. 엄청난 인기와 함께 출판물 등 허준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가 하면 드라마 ‘허준’의 내용에 대한 역사적 진위 논쟁이 일고 있다.‘허준’의 작가 최완규는 서울대 규장각 연구원 김호 박사를 비롯한 일부 사학자들의 사극의 역사적 사실 왜곡 주장(본지 8일자 면) 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_사학자와 한의학자들이 잇달아 드라마 ‘허준’ 내용에 대한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작가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이 원작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내용과 전개는 ‘소설 동의보감’ 에 근거하고 있다. ‘허준’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태조 왕건’이나 ‘조선왕조 오백년’ ‘용의 눈물’과 다른 차원이다.”

_하지만 드라마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사극은 역사 교과서 구실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곤혹스럽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 나열이기보다는 하나의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극적 감동과 재미를 추구하는 창작물로 시청자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드라마 ‘허준’을 역사적 잣대로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극본을 쓰면서 그동안‘허준’에 대한 자료나 학계의 연구가 거의 없어 안타까웠다.”

_김호 박사가 최근 출간한 ‘허준 동의보감 연구’ 저서를 통해 드라마 ‘허준’ 내용과 달리 허준과 유의태, 허준과 양예수의 관계, 출생과 성장지, 과거를 통한 내의원 진출 여부 등을 밝히고 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조선왕조실록 등 40여권의 문헌과 논문을 통해 유의태가 허준의 사후인물이라는 주장을 접했지만 원작에 충실한다는 입장에서 소설대로 사제지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출생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드라마에서 언급을 안했고 허준의 성장지도 전남 담양과 경남 산청 두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유의태를 스승으로 설정했기에 산청을 무대로 잡았다. 또 허준이 과거를 통해 내의원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유희춘의 천거에 의해 진출했다는 점과, 당대 최고 명의였던 양예수가 허준의 의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김호 박사의 지적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허준의 역동적 삶을 강조하기 위해 과거 부분을 삽입했고 소설에서 권모술수의 대가로 묘사된 양예수의 캐릭터를 상당 부분 완화해 의학의 대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_역사적 사실과 다른 드라마 내용이 어린이를 위한 허준 전기 등에 그대로 서술되는 등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드라마가 끝나면 반드시 토론회 등을 개최해 나를 포함한 방송 관계자와 학자들이 모여 허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리작업을 해야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학계에서 앞으로 허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돼 역사적 사실들이 규명됐으면 한다.”

_조선시대 실제 있었던 의녀가 드라마 사상 최초로 등장하고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떻게 의녀를 중심 소재로 삼게 됐는가?

“64부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후반부를 이끌어 갈 중심 캐릭터로 의녀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예진(황수정)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의녀제도는 역사적 사실이다. 의녀에 관한 논문을 보고 의녀 부분을 묘사하고 있다. 조선시대 의녀는 여자 환자 치료와 수사를 담당했으며 일부는 연회에 나가 약방기생 역할도 한 것이 문헌에 나온다.”

_작가가 생각하는 허준의 인기 비결과 요즘 생활은?

“유치원생이 ‘허준’을 보고 인형에 이쑤시개로 침을 놓는다는 말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 시청률 60%가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 인기 요인은 혼탁한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본다. 인간주의 얼굴을 한 영웅에 대한 갈망과 단순한 드라마 구조가 시청자들이 ‘허준’에 빠져들게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날을 새며 겨우 마감 시간에 임박해 극본을 넘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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