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가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두가지 사건이 최근 있었다. 하나는 서울아카데미심포니의 운영자인 원로 작곡가 장일남씨가 교수 채용 비리에 연루돼 3일 구속된 일이다.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3억원이 넘는 빚을 지자 ‘당신 딸이 교수가 되게 해주겠다’며 2억 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또 하나는 세종문화회관 노조와 관련된 서울시향의 진통이다. 지난 연말 오디션에서 서울시무용단의 네 명과 서울시향의 현 파트 수석 네 명이 탈락하자, 서울시향이 속한 세종문화회관 노조가 그들의 복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달부터 세종문화회관의 세종로 쪽 중앙계단 위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서울시향의 몸살은 오랫동안 쌓인 문제가 곪아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바깥에서 보기에 서울시향은 무사안일을 즐겨왔다. 서울시에서 준 예산으로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연습도 대충, 연주도 대충 해왔다는 비판이 따갑다. 그러나 그게 꼭 단원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술가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관료 행정의 경직성이 그들의 의욕을 꺾어왔던 것이다. 지난 연말 오디션은 세종문화회관이 지난해 7월 서울시에서 독립해 법인으로 새출발하면서 소속 예술단의 단원 평가를 위해 실시한 것. 서울시향 현 파트 수석 네 명의 탈락은 더이상 무사안일은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그뒤 서울시향은 노조·비노조의 갈등으로 20여 명이 빠진 채 연주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향은 비노조원이 훨씬 많다. 그들은 ‘연주자의 생명은 연주인데 파업한다고 공연에 빠지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노조·비노조를 떠나 서울시향이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장일남씨 사건은 민간 오케스트라의 재정난을 보여준다. 민간 오케스트라는 일단 살아남는 게 숙제다. 시립 등 공립 오케스트라는 많든 적든 공공지원을 받기 때문에 그 돈으로 움직이면 되지만, 민간 교향악단은 비빌 언덕이 없다. 취미가 아니라 직업 오케스트라로서 계속 활동하려면 벌어서 써야 한다.
민간 오케스트라인 프라임필의 연간 예산은 8억원. 단장 김흥기씨의 설명에 따르면, 한번 연주하는 데 대관료, 단원 수당, 인쇄비, 지휘료, 협연료 등을 합쳐 1,700만-1,800만원이 든다. 열심히 팔아서 돈을 번다 해도 제작비 건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연을 많이 할수록 손해볼 가능성이 크다. 프라임필은 지난 3년간 2억 5,000만원 적자를 봤고 단장이 사재로 그것을 메꿨다. 외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이 오케스트라를 운영한다는 건 미친 짓에 가깝다. 그는 민간 오케스트라의 재정난을 덜 방안의 하나로 전국의 문예회관 등 비어있는 공연장에 이들이 둥지를 틀게 하자고 제안한다. 전국 문예회관은 대부분 공연 가동률이 극히 낮다. 좋은 시설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게 아니라 민간 오케스트라에 연습실을 내주고, 그 댓가로 연간 몇 회의 공연을 하게 하면 서로가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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