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고리 최만석씨 신병확보가 최대관건대검 중수부가 경부 고속철 차량 선정을 둘러싼 로비 의혹에 대해 전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검찰의 칼날이 YS정권 핵심 인사들을 향하게 될 전망이다.
고속철 차량 선정 과정 당시 방한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외교전까지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고속철 차량 선정은 사실상 YS정권 핵심의 결정사항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도 YS정권에서 고속철 기종 선정에 영향을 미쳤던 정·관계 인사들의 거액 리베이트 수수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정·관계와 알스톰사를 잇는 핵심고리인 최만석(59)씨의 신병확보가 안돼 검찰 수사가 초동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러나 최씨가 검거될 경우 로비를 받은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자칫 YS정권 핵심의 비자금까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검찰 수사 향방에 따라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고속철 차량으로 테제베(TGV)가 선정된 이후 구속된 호기춘(扈基瑃·여)씨와 최씨 등이 받은 1,100만달러 사례금이 정·관계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호씨 등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착수 배경과 관련, 1년여 전부터 내사를 진행했으나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미뤄오다 호씨의 공소시효(5년)가 이달 중순이어서 호씨를 구속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관계에 거액 리베이트 건네졌나
검찰은 현재까지는 알스톰사 및 호씨 등이 정·관계에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호씨 등이 알스톰사에서 받은 사례금 규모가 1,100만달러에 이르는 점에 주목, 공급계약 성사 전후에 어떤 형태로든 정·관계 실세 등에 리베이트가 건네졌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로비의 윤곽을 그리기는 어렵다”면서도 “TGV가 고속철 차량으로 결정됐고 거액의 사례금이 지불된 점으로 미뤄 불법적인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TGV로 결정된 직후 정치권에서는 “고속철 차량은 외교적 차원에서 결정된뒤 형식적인 평가 작업이 뒤따랐을 뿐”이라며 청와대 고위층의 리베이트 수수설이 무성했다.
또 1997년 국정감사에서도 YS정권 고위층이 차량 선정 평가를 인위적으로 조정, 차량가격의 12%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기도 했다. 결국 이 부분이 사실상 검찰 수사의 본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례금 1,100만달러의 행방
검찰은 최씨와 호씨가 홍콩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알스톰사에서 받은 사례금 1,100만달러중 호씨가 최씨를 통해 받은 돈 380여만달러의 사용처는 상당부분 확인한 상태다.
일부는 국내로 들여와 부동산 구입 등 개인용도로 사용됐고 일부는 아직 해외 계좌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최씨 몫 720만달러의 사용처는 파악되지 않아 이 돈의 정·관계에 유입 여부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호씨가 “정·관계 로비는 최씨가 맡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최씨가 받은 돈이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속철 선정 공정성 여부
검찰은 93년 고속철 차량 선정을 위한 입찰 당시 독일 지멘스사의 ICE(이체)가 5차 평가까지 앞섰으나 최종 입찰때 TGV에 밀려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로비의혹을 뒷받침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TGV가 들어와 시험운행되고 있는 상태인데다, 이번 수사가 자칫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있는 만큼 선정과정의 공정성여부까지는 수사대상으로 삼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고속철 선정] 정치권 수많은 의혹제기
'권력핵심부에 정치자금 수천억 제공'골자
경부고속철도 차량이 선정된 시기를 전후해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로비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집중적으로 노렸던 표적은 청와대 고위관계자 등과 교통부.
“TGV선정 대가로 권력 핵심부에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이 제공됐다”는 게 주장의 골자였다.
그러나 당시 정부 여당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로 일축했고 민주당도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첫 포문은 93년 10월18일 국회 교체위의 국정감사장에서 한화갑(韓和甲·현 민주당 지도위원)의원이 열었다.
그는 “스페인과 프랑스 언론이 ‘한국 대통령비서실장과 그의 보좌관인 S·H·KIM, 교통부장관이 알스톰사에 고속철 차량 선정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주액의 12%를 커미션으로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면서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다.
3일 뒤 청와대 국감에서도 민주당 최재승(崔在昇) 김명규(金明圭·이상 현 민주당의원)의원이 박관용(朴寬用·현 한나라당의원) 당시 청와대비서실장을 상대로 같은 내용을 따졌다.
민주당은 이듬해 1월10일 2개월여간의 자체 진상조사위(위원장 조세형·趙世衡)조사결과를 통해 “TGV 선정과정에서 청와대 고위층과 교통부 책임자의 정보유출 및 커미션 수수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현 민주당의원)의원은 신문기고를 통해 “정부가 자기부상식을 채택하지 않고 구시대적인 바퀴식 TGV를 고집, 커미션 수수 의심을 받고있다”며 차기 정부에서의 청문회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9월 국정감사에서 교체위 이윤수(李允洙·현 민주당의원)의원은 TGV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최종계약자로 선정됐음을 들어 역시 청와대 등 고위층의 압력의혹을 제기했다.
이의원은 “1,000여억원의 로비 자금이 정권 핵심부로 흘러들어 갔다”며 정부를 몰아 세웠으나 고속철도공단측은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고속철 로비의혹 수사] 박상길 수사기획관 일문일답
"반입된 거액 커미션 사용처가 수사핵심"
대검중수부 박상길(朴相吉)수사기획관은 9일 “이번 수사는 구속된 호기춘씨와 수배중인 최만석씨가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받은 거액의 커미션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그러나 테제베가 경부고속철도 차량으로 선정된 경위 등에 대한 자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고속철도 차종선정 과정에 대한 폭넓은 수사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 호씨가 받은 돈의 사용처는.
“최씨가 홍콩에서 받은 1,100만달러중 35%를 홍콩 소재 은행계좌로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일부는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해 확인중이다.”
- 호씨가 국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나.
“일체 부인한다. 최씨에게 모든 것을 미루고 있다. 자신은 최씨를 알스톰사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는 느낌도 든다.”
- 그렇다면 호씨는 최씨가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나.
“일부 알 것으로 추측되지만, 입을 다물고 있다.”
- 호씨 등은 알스톰사의 정식 에이전트로 등록됐나.
“그것은 모르겠고, 일이 성사되면 1%의 커미션을 받기로 약정을 맺었던 것 같다.”
- 최씨외에 출국금지자가 있나.
“현재로선 없다.”
- 알스톰사 한국지사를 상대로 압수수색 등 수사를 벌이나.
“그쪽은 수사대상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로비가 법에 저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외국회사의 경우 파문이 큰데다 자칫 외교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 당시 테제베 선정과정도 조사하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당시 알스톰사가 이들에게만 매달리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호씨와 최씨의 역할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이 체결됐는지도 모른다.”
- 1년전에도 이번 사건을 수사하다 중단했다는데.
“자세한 얘기는 못한다. 다만 어떤 첩보에 의해 계속 확인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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