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월드카’개발 계획이 시동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현대자동차 경영진이 주말인 7일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야심차게 발표한 계획이 하루 만에 전략적 제휴선인 다임러크라이슬러·미쓰비시(三菱)자동차에 의해 부인되며 국제적인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번 해프닝이 어떻게 수습되든 현대의 신뢰도는 또 한번 상처를 입게됐다.
■월드카 발표-부인 소동
현대자동차 홍보팀이 내용을 함구한 채 각 언론사에 “7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이 있으니 계동 사옥으로 모여달라”고 통보한 때는 6일 오후.
다음날 오전 11시 30분, 이계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이충구 R&D담당 사장, 정순원 부사장이 배석한 가운데 “현대차-미쓰비시자동차-다임러크라이슬러 등 3사가 “3사는 세계자동차업계의 전략 차종인 엔진용량 1.0∼1.5ℓ급 ‘월드카’를 공동 개발키로 하는 전략적 제휴에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이날 현대의 발표가 전해지자 “현대와 월드카 공동개발을 협의한 적 없다. 합의 발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밝혔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우리가 인수한 미쓰비시자동차가 현대에 지분을 가지고있기 때문에 항상 현대와 여러가지 문제를 협의하겠지만 우리는 (협의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미쓰비시자동차도 8일 공식발표를 통해 “미쓰비시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소형 세계전략차 개발 사업에 현대자동차가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확인한 뒤 “그러나 협의가 결렬됐다는 뜻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 최고 경영층이 자체 전략회의차 해외여행 중이어서 혼선이 빚어졌지만 3사간의 월드카 개발합의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라며 “금명간 미쓰비시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 양사가 합의 내용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는 또 “이달 3일 미쓰비시 최고경영층(가와조에사장)이 방한, 3사 공동개발 협의를 확인한 바 있다”며 “비공개를 전제로 한 3사간 합의문서가 있으나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 왜 서둘러 발표했나?
현대차 경영진이 시작단계인 월드카 개발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급박하게 변화하는 국내·외 자동차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빨리 터뜨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해외기업들간 인수·합병(M&A)이 횡행하고 국내에서도 르노가 삼성차를 인수한데 이어 대우차까지 해외매각이 유력시되는 상황이어서 국내·외에 걸쳐 기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월드카’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도 3사간 공동개발 계획 방향에만 합의했을 뿐 각 부품의 조달, 생산공장, 자금배분 문제등 앞으로 협의할 세부사항이 많다는 점은 시인했다.
국제적으로 최종 합의 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발표를 하지 않는게 관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휴사업은 언제든지 결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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