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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김 본보 1차 전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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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김 본보 1차 전화인터뷰

입력
2000.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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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방장관 이양호(李養鎬)씨가 언론 보도를 통해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린다 김은 8일 본보기자와 3시간여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린다 김은 “7일 저녁 이씨가 3번 전화를 걸어 ‘생각지 않게 일이 꼬였다. 말을 잘못한 부분이 많다. 미안하다’고 사과해 왔다”고 밝혔다.린다 김은 이어 “아직도 나에게 ‘당신의 진심을 믿는다. 힘내라’고 격려해 주는 남편에게 깊이 감사한다”면서 “일국의 국방장관까지 지낸 이씨가 어떻게 왜곡된 사실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할 수 있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이씨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는데.

“부적절한 관계가 성관계를 의미한다면 절대 그런 일 없다. 어제 이씨도 모언론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저녁7시께 나에게 바로 전화해 ‘미안하다. 내일 이러이러한 기사가 나갈 것 같은데 취재과정에서 엉뚱한 대답을 한 것 같다’고 사과해 왔다.

이씨는 또 ‘스캔들로 마무리되면 언론이 조용해질 것 같아 그렇게(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판단을 잘못했다. 미안하다’를 연발했다. 그후로도 2번이나 더 전화해 미안하다고 사과해 왔다.”

_무슨 대답을 했는가.

“너무나 기가 막혔다. 남이 들으면 심할 정도의 표현을 써서 이씨를 탓했다. ‘남자가 너무 비겁하지 않느냐. 왜 솔직히 말하지 못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그렇게 독실한 신자라는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인가.

이씨가 자꾸 뭔가를 피하기 위해 말을 잘못하고 있어 진실이 가려진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이씨가 ‘상황 판단을 잘못했다. 대답을 잘못했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 자기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가 모든 부정의 원인인 것처럼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_솔직하게 말한다는 게 무엇인가.

“마치 내가 이씨를 유혹한 것처럼 돼 있는데 사실 그쪽이 먼저 접근했다는 이야기다. 이씨는 정종택(鄭宗澤) 전장관과 함께 한 첫 만남(1996년 3월 시내 한 일식집에서 만났다고 함)에서 “비즈니스(린다 김은 모든 업무적인 내용을 비즈니스로 통일해서 설명함) 문제는 좀 검토를 해본 뒤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며칠 뒤(일요일이라고 했음) 오후 갑자기 전화를 해왔다. ‘전화를 하고 싶었다.

맥주 한잔 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어와 만났다. 사실 업무적인 검토를 한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기에 예상치 못한 빠른 전화에 당황했다. 하지만 빨리 만나면 만날수록 사업상 유리했기 때문에 나역시 흔쾌히 승낙했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나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_어떻게 깨달았는가.

“나는 로비스트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표정을 파악하는 게 업무다. 꼭 말이 필요한가. 누구든 연정을 경험해본 일이 있다면 느낌으로도 알 수 있는 게 남녀관계인데 하물며 사람만나는 직업을 가진 내가 그것을 모르겠는가.(린다 김은 이어 이씨가 어떤 말을 통해 어떤 감정을 표시했는지 설명했다)”

_이씨가 업무외적인 연정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냉철하게 거부할 수 없었는가.

“당시 이씨는 비즈니스상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일을 어렵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장관 정도라면 우회적으로 이야기해도 알아들을 수 있다고 판단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설명했다.”

_린다 김 자신도 조금이라도 이씨에게 연정을 품은 부분은 없었는가.

“지금도 이씨가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의 사람이라는 생각엔 변함없다. 업무적으로도 자기가 맡은 일에는 열의가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점을 존경스럽게 생각했고 나에게도 잘 대해줘 나도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그러나 연정을 품은 것은 절대 아니다.”

_삼촌이라는 표현은 왜 썼나.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비공개적인 모임에선 형님, 아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관님’이라는 딱딱한 호칭보다는 친근한 표현을 쓰는 것이 이야기하기도 편한 것 아닌가. 남자도 아닌 여자인 내가 어떤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빠’나 ‘아빠’란 표현을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삼촌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이씨도 거부하지 않아 그대로 굳어졌다.”

_뇌물이나 금품관계는 있었는가.

“절대 없었다.”

_호텔에서 만난 것은 사실인가.

“사실이다. 두번뿐 아니라 상당히 자주 들렀다. 나는 호텔을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이용한다. 비즈니스라면 누구에게나 다 공개한다. 스위트룸을 애용하는 것도 회의실이 딸려 있기 때문에 순전히 비지니스 목적에서 그렇게 한다. 이씨와는 식사도 하고 대화도 했다. 이씨가 ‘사적’인 대화를 걸어온 적도 많았지만 다시 밝히듯 그는 사업상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완곡하게 설명했다.”

_올해 검찰조사를 위해 귀국해서 이씨를 만난 적이 있는가.

“피의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접촉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수사를 앞둔 사람이 공인들을 만난다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3월말 또는 4월초(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다. 린다 김은 현재 날짜감각이 없을 만큼 제정신이 아니라며 오늘 날짜도 모른다고 했다)에 한번 압구정동 이씨 집 근처에서 만나 차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씨의 조카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_왜 만났는가.

“이씨가 나에 대해 나쁜 감정을 품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지 몰랐기 때문이다. 수감생활 때 면회도 갔었고 그때까지도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해를 할 수 없었다.”

_이씨가 왜 악감정을 가졌다고 생각하는가.

“만나보니 무엇보다 내가 이혼한 남편과 재결합한 것에 대해 상당한 질투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린다 김은 96년 말께 이혼한 남편 김모(44)씨와 재결합했다). 이씨는 이것에 대해 상당히 화를 냈다. ‘남편하고 재결합하기로 다 예정이 돼 있는 상황에서 업무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나를 유혹한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

당시 상황이 미묘해 오해할 수는 있겠지만 내 사생활을 일일이 알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씨에게 재결합을 알리지 않았다. 이씨는 한국 모인사로부터 재결합 사실을 전해들었기에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_이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랜 군생활 동안 많은 것을 희생하고 산 사람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 짓눌려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순간 감정이 흐트러졌던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의 업무에는 매우 충실한 사람이다.”

_편지 유출경로를 짐작하는가.

“내 편지가 어떻게 새어나갔는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다. 단 3월말 이씨를 만났을 때 1년 전 미국 기관원을 자칭한 ‘미스터 한’이라는 남자가 이씨를 찾아와 편지의 복사본을 내밀면서 ‘해결해 주겠다. 우선 변호사비용으로 12만-15만달러가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는 말을 전해주더라. 계좌번호도 알려줬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제안이다. 변호사비용도 초기비용은 5,000-1만달러면 충분하다. 그만큼 요구했다는 것은 부정한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진호(琴震鎬) 전장관도 똑같은 인물에게 똑같은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엔 별다른 생각없이 무시했고 다신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해프닝 정도로 여기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일이 터졌다.”

_편지는 어떻게 관리했나.

“나는 일년의 대부분을 외국출장으로 보낸다. 모든 편지를 내가 즉시 받아볼 수 없다. 내가 받는다 해도 정리는 비서가 한다.”

_사적인 편지를 비서가 관리하나.

“내 비서는 10년 넘게 같이 일해와 전적으로 신임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내가 누구와 어떤 친분을 갖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 굳이 감출 필요도 없다. 일반 서류와 함께 정리했을 것이다. 나 자신도 그 편지를 받았을 당시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편지가 왔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해 새삼 그 편지가 있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됐다. 이씨로부터는 5-6통의 편지가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_미스터 한을 추적해 봤나.

_“일단 언론에 편지가 새어나간 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봤다. 미스터 한은 나도 모르는 인물이고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교민사회는 좁은 것이다. 웬만한 인물이면 모를 리가 없다. 그래도 신원파악이 안되더라. 단 미국에 있는 한국의 모언론사 지사를 방문했고 올 3월에도 나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와 같은 언론사 관계자를 만난 것은 확인했다.”

_미스터 한의 존재도 모른다면서 어떻게 행적을 조사했나.

“미스터 한을 모른다는 것이지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고 다닌다는 것까지 모른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미국에선 꽤 인맥이 넓다. 사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고 있다. 내가 미국으로 들어간다면 법률관계자를 통해 정식으로 미스터 한의 존재를 밝힐 생각이다.”

_심정은.

“무엇보다 가족에게 미안하다. 남편이 전화를 걸어와 ‘나는 당신을 믿는다’고 말해 준 것이 너무 큰 힘이 된다. 남편은 자신이 직접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말했지만 내가 말렸다. 가족 중에는 2주 전쯤 큰딸아이가 들어와 이틀간 머무르다 내 안부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시끄러워지기 전이었다.

사실 아이들(린다 김에겐 두 딸이 있다)은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신문을 못읽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행운이다. 하지만 사진이나 방송보도를 보고 뭔가 낌새를 챈 것 같은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 잘해보자고 만난 사람들인데 이렇게 된 것이 너무 속상하다. 다들 제분야에서 열심히 살던 사람들이다. (울음을 터뜨림) 여러 사람이 결과적으로 너무 많이 피해를 보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사실 일을 하면서 같은 프로로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나도 여자이므로 가정에 충실한 엄마, 아내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일에 쫓기다보니 그러지 못했다. 한국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도 나처럼 일에 치여 산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_이씨에게 할 말이 더 있는가.

“내앞에서도 같은 내용을 말할 용기가 있다면 공개 기자회견을 해 진실을 밝히자. 남자가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준비가 다돼 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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