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은 대개 음반이 나오면 신문과 방송에 인터뷰를 하느라 매우 바쁘다. 어떤 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일부는 제작자 손에 이끌려 ‘억지 춘향’이지만 어쨌든, 얼굴을 비친다. 임재범은 아니다. 그간 수시로 ‘행불(행방불명)’사건을 일으킨다. 음반을 마친 그는 홍보용 CD가 나오자 여행을 떠났다. 7일 그는 “경주에 있는데 며칠 더 있다 가겠다”는 말을 매니저에게 남겼다. 이번에도 언론매체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왜 그러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음반 들으면 돼잖아요”4집 ‘2년간의 이야기(Story Of Two Years)’. 선굵은 얼굴, 거기에 청바지나 가죽 재킷 같은 거친 소재를 즐겨 입고, 노래는 묵직한 저음이나 폭발적 고음을 질러대는 그의 스타일. 그래서 그의 ‘마초’스타일이 싫었다면 이번 음반을 들으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 있다.
시나위 보컬 출신, 1집 ‘이 밤이 지나면’ , 2집 ‘사랑보다 깊은 상처’로 마니아팬을 거느렸던 그. 그러나 그들도 2년 프로그레시브 록을 내세운 3집 ‘Return To The Rock’에선 손을 들고 말았다.
이번에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나 남자야’를 외치는 듯한 지르는 창법 대신 많이 속으로 삭이는 느낌이다. 듣기에는 훨씬 부담이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여운이 적은 것도 아니고 보면 가수 나름으로 호소력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쓴 게 틀림없는 것 같다. 소화가 잘 되는 고음 처리.
‘나는 네게 갚지도 못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 있는 너/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타이틀 곡 ‘너를 위해’(작사 채정은·작곡 신재홍)는 ‘전쟁같은 사랑’을 포기하겠다는 임재범의 우울하면서도 성숙한 보컬이 히트를 예감케 하는 곡.
전체적으로 사랑과 이별 노래, 발라드가 많은데 모두 가수의 생각이었다. 노래 9곡(2곡은 외국곡)중 ‘다시 시작해’ ‘아직도 사랑할 뿐인데’ 등 5곡을 직접 만들었고, 샘리와 이근형의 기타, 이승환의 건반 등 탄탄한 세션이 대중적으로도, 음악적으로 풍부한 느낌을 준다.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