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년 역사를 자랑하는 ‘블루진’의 대명사 리바이스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재정난에 빠졌다.리바이스는 부채상환 압박을 덜기 위해 4일 이례적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회사 수입·지출 내역서가 담긴 재무지표를 공개했다.
내역서 제출의무가 없는 리바이스가 스스로 회사 재무상태를 밝힌 것은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8억달러의 채권을 시장에 등록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런 절차를 통해 SEC의 승인을 받아야만 투자자들이 일반에 채권을 매각할 수 있고, 회사도 자금확보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리바이스의 자금난은 최근들어 파산설이 끊이지 않을 만큼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SEC 제출자료에 따르면 1998년 1억250만달러였던 수익이 지난해 540만달러로 급전직하했고, 총수입은 60억달러에서 51억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현재 24억달러에 달하는 장기부채로 인해 이자비용만도 1998년 1억7,8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8,3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 여파로 최근 1만8,500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북미지역 공장의 절반이 넘는 29개의 공장을 폐쇄하는 대대적인 감량경영을 단행했다.
리바이스측은 “수요감소”로 경영부진을 설명하고 있으나, 상품혁신 결여와 과잉공급이 주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다 유행에 민감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청바지 업계의 치열한 경쟁도 리바이스의 고전을 부채질했다.
리바이스는 지난해 9월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필립 마리노(53) 현 최고경영자(CEO)를 펩시콜라사로부터 영입, 회사재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상태. 퀘이커(QUAKER) 식품회사에서 ‘게토레이’라는 스포츠 음료를 개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마리노는 펩시콜라에서 코카콜라의 아성을 흔들며 회사의 재도약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불릴만큼 수완을 인정받고 있다.
“모든 경력을 리바이스와 함께 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처럼 리바이스가 다시 회생할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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