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년전 우주온도분포 측정최근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평평하다’는 이론에 손을 들어주었다.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를 관측하는 국제연구프로젝트인 부메랑(BOOMERANG·Balloon Observations of Millimetric Extragalatic Radiation and Geophysics) 연구팀이 남극상공에서 3만년 된 우주의 배경복사 온도를 측정, 이같은 결과를 네이처지(4월27일자)에 발표했다. 평평하다면, 빅 뱅 이후 팽창해 온 우주가 다시 수축할 일은 없다. ‘평평한 우주’란 어떤 의미일까.
천문학자들이 가정한 우주의 구조는 닫힌 우주, 평평한 우주, 열린 우주 3가지. 닫힌 우주와 열린 우주는 모두 유클리드기하학이 적용되지 않는, 즉 직선을 그어도 사실상 곡선으로 그어지는 우주다. 닫힌 우주에서 삼각형의 모든 각의 합은 180도보다 크고 열린 우주는 180도보다 작다. 평평한 우주는 구의 반지름과 파이를 곱해 면적을 재는 공식이 들어맞지만 열린 우주는 실제면적이 더 큰 안장 모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린 우주와 평평한 우주는 계속 팽창하지만 닫힌 우주는 수축하는 운명을 갖는다는 점이다. 닫힌 우주는 빅 뱅과 반대되는 ‘빅 크런치(Big Crunch)’로 끝날 운명을 맞게 된다.
부메랑의 실험은 4만㎙ 상공에 올라가는 기구에 1만분의 1도까지 잴 수 이는 정밀 망원경을 부착, 남극상공에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분포를 정밀측정한 것이다. 빅 뱅 후 3만년쯤 지나 뜨거운 우주가 물질과 빛으로 나뉘면서 물질은 별과 은하로 진화했고 빛은 온 우주에 퍼졌다. 이것이 우주배경복사다. 부메랑은 빅 뱅 3만년 후 우주배경복사의 미소한 온도편차를 잰 실험이다. 이 때의 온도의 진동이 물질의 밀도차이, 즉 현재의 행성과 은하와 우주를 생성한 원인이다.
고등과학원 이필진교수는 “풍선에 같은 간격으로 점을 찍고 불었다고 생각해 보자. 점이 밀도가 높은 부분이라면 점이 찍힌 간격 사이의 각도를 잴 수 있다. 풍선이 불어 난 뒤 점 사이의 각도와 애초에 찍힌 점 사이의 각도가 일치한다면 풍선은 평평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열린 우주모델이라면 현재(풍선을 불고 난 뒤) 보는 각도가 더 작다. 즉 빅뱅 3만년 후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분포의 측정함으로써 현재의 모델과 비교, 평평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굽은 우주모델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평평한 우주모델과 논쟁을 벌여왔다. 이교수는 “평평한 우주모델은 우주팽창의 인플레이션이론에서 피할 수 없는 결론이어서 이론적으로는 우세했다. 실험적인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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