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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몰래 화장실청소 '우렁이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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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몰래 화장실청소 '우렁이교감'

입력
2000.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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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교육청은 한 학부모의 편지를 받았다. 서울 Y여고 3년생 어머니라고 소개한 발신인은 딸에게 전해들은 사연을 소개했다. 다음은 편지 내용.지난해 가을부터 학교 화장실이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학생들은 누군가 신경써 청소했겠거니 하며 무심히 넘겼다.

그런데 얼마전 한 당번학생이 새벽같이 학교에 나왔다가 뜻밖에 ‘우렁이 청소부’를 발견했다. 허름한 점퍼차림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구슬땀을 흘리며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교감선생님이었던 것. “선생님이 매일 아침마다 청소를 해오셨어요?”라는 질문에 교감선생님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감동을 받은 학생들은 자진해 “교감선생님이 청소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놓자”며 2-3명씩 일찍 등교해 ‘화장실 청소 경쟁’까지 벌였다.

이 어머니는 “사제지간에 신뢰가 무너지면서 교실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작은 일부터 솔선수범하는 참스승이 있어 아직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었다”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교감선생님은 “별일 아닌 것을 갖고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듣기싫다”며 인터뷰요청을 극구 거절했다.

다만 “왜 직접 나서 청소를 하느냐”는 질문에 “화장실 청소는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깨끗이 청소를 해놓고 아이들을 맞으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교감선생님은 짧은 전화통화 말미에 “제발 학교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번 더 신신당부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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