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사의 뚜렷한 흐름 중의 하나가 시트콤(시추에이션 코미디)의 범람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 심지어 교양·오락 프로그램에까지 시트콤적 요소가 가미된다.MBC가 15일부터 ‘가문의 영광’ 후속으로 새 일일 시트콤 ‘논스톱’을 방송한다. 기존의 대학생과 가정 중심의 시트콤을 탈피, 디자인 사무실과 이벤트업체 등 직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려나간다. MBC ‘전원일기’에서 순박한 복길이로 나오는 김지영이 디자인 회사 사장으로 등장해 웃음의 선봉에 서고 백일섭 김형자 최재원 고수 등이 호흡을 맞춘다.
시트콤 왕국을 구축하고 있는 SBS는 20일부터 새 주말 시트콤 ‘돈.COM’을 내보낸다.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무실 이야기와 돈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는 술집 이야기가 두 축을 이룬다. 우희진은 실제 실현 가능한 돈버는 방법을 코믹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한고은은 술집 여주인을 맡아 돈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이 시트콤에는 재벌그룹 부회장까지 역임하고 롯데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서상록씨가 바텐더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로써 각 방송사가 방송하거나 방송 예정인 시트콤만 KBS ‘멋진 친구들’, MBC ‘세친구’, SBS ‘순풍 산부인과’ 등 6개에 달한다.
요즘 시트콤의 성격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우선 시청 타깃층이 10~20대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하고 있다. SBS ‘순풍 산부인과’는 온 가족이 볼 수 있으며 30대 주인공 세 명을 내세운 MBC ‘세 친구’는 중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대학생 사랑 또는 가족 에피소드 중심의 소재에서 벗어나 병원 디자인회사 의상실 등 다양한 직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세대간 갈등, 재테크 등 소재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시트콤은 이같은 범람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나 교양·오락 프로그램에도 시트콤적 요소가 가미되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방송 3사가 내 보내고 있는 시추에이션 드라마 중 시트콤 성격이 강한 것도 있다. 표방하는 장르는 드라마지만 실제 시트콤에 가까운 것이 세개나 된다. 병원 정형외과에서 환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MBC ‘깁스 가족’, 장난감 회사에서 일어나는 젊은 남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SBS ‘좋아 좋아’, 그리고 유람선에서 웃기는 승무원들의 생활상을 담은 KBS ‘사랑의 유람선’ 등이다.
또한 교양 프로그램에 시트콤적 요소를 도입한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지난 달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교양 프로그램 SBS ‘실속TV, 시선집중’은 실속 이사법을 시트콤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시트콤 범람과 다른 장르의 시트콤화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화평론가 마정미씨의 지적.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가볍고 웃기는 것에만 길들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 시트콤에 익숙해지면 삶의 진정성을 그리는 프로그램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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