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역사에 남을 이번 정상회담이 제대로 된 경제협력과 남북통합의 기회가 되기를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또 해외동포를 포함한 남북한 민족이 하나가 되어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길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이제 우리 국민은 더 넓게, 더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며 세계적으로 큰 일을 할 때가 됐다. 그러한 큰 일 가운데 하나가 남극대륙에 진출하는 것이다. 남극은 문명세계에서 멀고 자연환경이 가혹해 1957/58년 지구물리 관측년도사업(IGY)이 시작되기 전에는 거의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국이 40개 가까운 상주기지를 남극대륙과 인근 섬에 건설해 남극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2월 남극반도 끝에 있는 킹조지섬에 세종기지를 건설했다.
우리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해 해야 할 일은 남극대륙에 기지를 지어‘남극본연의 연구’를 하는 것이다. 남극본연의 연구란 남극대륙을 덮고있는 두꺼운 빙원과 그 아래의 지질, 그리고 남극의 고층대기에 관한 연구를 말한다.
빙원은 남극대륙의 환경변화를 밝힌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빙원 아래의 지질연구는 남극대륙의 지질발달사를 규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남극고층대기 연구는 우주의 세기에 절대로 필요한 분야이다. 남극대륙은 우주선과 인공위성의 궤도를 바로 맞출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족통일을 위한 첫걸음으로 남한과 북한이 함께 남극을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자연환경이 세종기지 부근보다 훨씬 열악한 남극대륙에 기지를 짓고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경제력이 요구된다. 예컨대 물자운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쇄빙선은 건조비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남극본연의 연구를 위해서는 그 정도의 부담은 감수해야 하며 그 시작은 빠를 수록 좋다.
당장 시작한다 해도 기지후보지를 찾고 현지를 답사하고, 남극환경보호 의정서에 따라 외국에 통보하고 답신을 받고, 기지를 설계하고 물자를 운반해 건설하는 데만 몇년이 걸릴 것이다. 쇄빙선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것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 소요된다. 지금이 결코 이른 시점이 아닌 것이다.
보상은 노력하는 자에게 돌아온다. 만약 우리가 돈이 들고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남극에 세종기지를 짓지 않았다면 남극은 아직도 우리에게‘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남극대륙에 제2기지를 짓는 일도 마찬가지다.
/한승준 한국해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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