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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기업 산업비밀 주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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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기업 산업비밀 주고받아

입력
2000.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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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둘일 수 없다.”미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광범위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불법으로 입수한 산업정보를 주고 받으며 해외 공사 수주를 따내 온 사실이 최근 비밀해제된 문서를 통해 또 확인됐다. 특히 미 정부는 외국 경쟁업체들의 뇌물 등 불법 행위는 물론 합법적인 로비활동이나 내부정보 공유 사례까지 포착, 자국 기업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MSNBC방송은 7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클린턴 행정부 집권 이후 의회에 보낸 서한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세계적인 감청망 ‘에셜론’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됐다는 그간의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방송은 미 정보당국이 외국 기업의 뇌물 차단을 선언한 클린턴 행정부 집권전부터 일상적으로 관련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보도했다. 1993년 자료에 따르면 국가안보국(NSA) 등은 86년부터 92년까지 외국 정부들이 자국 기업을 대신해 벌인 250여건의 공격적인 로비행위를 포착했다. 이후 클린턴 행정부 출범 17개월만에 모두 72건의 불공정한 로비 사례를 적발했고 미 정부는 그 때마다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IA 등은 외국기업들의 조건부 금융지원이나 내부자정보 사용, 미국기업에 대한 역정보 유출 등 ‘합법적인’활동까지 탐지한 뒤 다른 정부 채널을 통해 자국 기업에 알려주었다. 이는 정부 수집범위를 뇌물 제공 등 불법적인 행위에 국한했다는 CIA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이런 정보 대부분은 외부에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CIA와 미 상무부측은 “정부수집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성공적이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또한 상무부의 옹호센터(Advocacy Center)는 자국 기업들에게 외국 경쟁업체의 불공정 관행을 정부에 통보해 주도록 독려하는 등 기업이 확보한 산업정보도 재가공돼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셸런 보고서를 첫 작성한 영국의 정보 전문가 던컴 캠벨은 미국이 뇌물행위를 적발하는 것보다 계약수주 자체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럽 등은 이미 미국의 에셜론을 통한 불법 도청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어, 이번 문서에 대한 대응도 주목된다.

MSNBC 방송은 앞서 미 정보 기관들이 93년과 94년에만 경쟁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으려는 제3세계 국가 정부에 경고와 함께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방산업체인 레이시언과 보잉 등 미 기업들이 총 165억달러 상당의 해외 공사를 따 낼 수 있게 했다고 폭로했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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