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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유창혁 9단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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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유창혁 9단에 거는 기대

입력
2000.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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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이 과연 2년전의 악몽을 극복하고 새천년 들어 세계 대회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유창혁과 중국의 위빈이 격돌하는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 3, 4, 5국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막됐다.제2국까지의 전적은 1승1패로 팽팽한 접전. 유창혁이 지금까지 국제 대회 우승 3회, 준우승 5회인데 반해 위빈은 이번이 첫 번째 결승 진출. 두 기사 간의 통산 전적도 5승2패로 유창혁의 우세. 객관적인 자료로 볼 때 유창혁이 단연 앞서고 있지만 위빈이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바둑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유창혁의 우승을 점치고 있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바로 2년 전의 쓰라린 기억. 유창혁이 LG배와 인연이 없는지 공교롭게도 제1회와 2회 대회에서 계속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특히 98년 제2회 때는 유력한 우승 후보 이창호를 준결승전에서 누르고 결승에 진출, 거의 우승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지만 뜻밖에 최종국에서 다 이긴 바둑을 역전패, 일본의 왕리청에게 우승컵을 넘겨 주었다. 유창혁 본인은 물론 유창혁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국내 바둑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더욱이 유창혁은 한해 전 제1회 삼성화재배에서도 준결승전에서 이창호를 누르고 결승전에 진출했으나 요다 노리모토에게 우승컵을 넘겨준 전과(?)가 있어 패전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바둑팬들로부터 “우승도 못할 걸 창호는 왜 잡았나” “죽 쒀서 ×좋은 일 했다”“바둑계의 차범근”(당시 축구 대표팀이 한일전에서 연속 패배한 것을 빗대서)이라는 등의 아쉬움과 울분의 목소리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더구나 IMF로 인해 외화 부족으로 허덕이던 시절인 만큼 “아까운 외화를 유출했다”는 비난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2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 결승전 상대가 왕리청에서 위빈으로 바꾸었지만 유창혁이 준결승전에서 이창호를 잡고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유창혁이 항상 ‘죽 쒀서 × 좋은 일만 한 것’은 아니다. 97년 제3회 응씨배에서는 준결승전에서 이창호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당당히 우승컵을 차지한 적도 있다.

최근 한국 바둑계가 너나 할 것없이 온통 인터넷 사업인지 뭔지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춘란배 잉씨배 등 각종 국제 기전에서 계속 ‘죽을 쑤고’있는 상황에서 유창혁이 보란 듯이 LG배를 품에 안아 전국의 바둑팬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바둑평론가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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