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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KBS미니시리즈 '바보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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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KBS미니시리즈 '바보같은 사랑'

입력
2000.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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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의 새 미니시리즈 ‘바보같은 사랑’.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 드라마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선악구도도 없고 주인공이 입지전적이거나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같은 시간대에는 ‘국민드라마’로 불리는 MBC ‘허준’이 포진해 있다. 이것이 첫날 시청률 1.6%의 이유라면, 요즘 연일 KBS 게시판에 쏟아지는 이 드라마에 대한 찬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갖는 소감, 바로 ‘가슴이 아려온다’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맞는 여자와 맞는 남자의 반대편에 있는 폭력남편 용배(김영호)와 드센 아내 영숙(방은진)에게도 쓸쓸한 뒷모습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리어카를 끌며 철 덜든 남편을 윽박지르는 영숙은 시장판에서 싸우다 남편이 던진 ‘술판에서 하던 버릇’이라는 한 마디에 금세 가슴이 콱 막힌다. 한없이 맑고 착한 동거녀 옥희를 외면하고 애엄마를 찾아다니는 용배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다. “계모 밑에서 이집 저집 전전하며 자란 놈은 나 하나면 족해…“

옥희에게 건들거리며 집적대던 상우(이재룡), 그는 남편 용배에게 얻어맞은 옥희의 피묻은 얼굴을 닦아주며 세상살이의 쓴 맛을 조금씩 느껴간다. 옥희를 생각하며 아내와 든 잠자리, 그는 몇 번이고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넌 내가 딴 여자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잠이 오니?”그리고 그는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다른 사랑을 생각하면서도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애틋해하는 모습, 그 이면에 저마다 인생살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인간 군상,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절대적 선인도, 악인도 없다. 그대신 서로 아웅다웅하면서도 등을 토닥여 주며 구질구질한 세상살이를 힘들게 이끌어 나가는 가슴 아픈 사람들만 있다.

자칫 한없이 바보스럽게만 보일 수 있는 주인공 옥희를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내는 배종옥의 호연과 삶의 신산(辛酸)함을 맛본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는 노희경의 감칠 맛 나는 대사, 표민수 PD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도 이 드라마의 마니아를 만들어내는 요소다. 애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방송사의 성급한 시청률 욕심에 이 드라마가 조기종영되는 일이 없으면 하는 것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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