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원대 7명 졸업작 '아빠하고 나하고'국내 대학생 졸업작품이 세계적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다. 계원조형예술대 애니메이션과 졸업생인 김은수 등 7명의 2000년도 졸업작품인 ‘아빠하고 나하고’가 6월 21일부터 5일동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리는 ‘자그레브 2000’ 애니메이션 영화제 본선에 올랐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앙시, 오타와, 히로시마 등과 함께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협회(ASIFA)가 공인하는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중 하나.
작가주의 애니메이션 영화제로는 최고 권위의 국제 페스티발이다. 앙시(1999년, 이성강 ‘덤불속의 재’), 오타와(1996년, 나기용 ‘서브웨이’), 히로시마(1996년, 정동희 ‘오픈’) 등의 영화제 본선 진출 사례는 있지만 자그레브 본선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영시간 7분인 2D 디지탈 애니메이션 ‘아빠하고…’는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근친에 의한 성폭행이란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성폭력 이면에 자리잡은 대중매체에 의한 성 상품화, 피페한 가부장제의 현실을 밀도있게 포착해 냄으로써 소재주의에서 벗어난 탄탄한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김은수 등 참가 학생들은 “어떤 주의나 주장을 가지고 접근했던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성폭행 문제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고,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시나리오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어떤 주제의식이 모아졌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우리를 만들어 나갔다”고 입을 모았다.
영상효과도 상당한 수준이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이지만 부드러운 회화적 질감을 잘 살리고 있고, 실제 TV 화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또한 셀 애니메이션의 배경 합성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등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표현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3~7일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열렸던 서울단편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도 상영돼 관객들로부터 열띤 반응을 얻었다.
문화관광부는 계원조형예술대 애니메이션과에 매년 1,000여만원 지원하는 등 그동안 추진해온 창작애니메이션 제작비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본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아낌없는 후속지원을 약속했다.
계원조형예술대 채윤경 교수는 “학생 졸업작품이 200-300대 1의 경쟁을 뚫고 A급 영화제 본선에 올랐다는 것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주제의식 뿐 아니라 기술적 수준에서 세계적임을 입증하는 쾌거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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