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공화군(IRA)이 무기고에 대한 정기적인 국제사찰을 전격 수용, 지난 2월이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됐다.IRA는 6일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에 명시된 대로 보유중인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제3자가 IRA의 무기고를 정기적으로 사찰, 무기류가 안전한 상태로 보관돼 있음을 보장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IRA가 보유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IRA의 무기사찰 허용은 1998년 4월 북아일랜드 분쟁 당사자들간에 체결된 평화협정의 핵심인 ‘준군사조직 무장해제’조항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IRA가 처음으로 무장해제와 그 구체적인 이행과정을 약속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정말로 역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IRA는 과거 영국과의 협상뿐만아니라 1998년 평화협정 체결이후에도 “무장해제는 완전한 항복과 다름없다”면서 이를 거부해왔다.
IRA의 무기사찰 허용은 완전한 무장해제와는 거리가 있는 절충안이다. IRA의 무기를 국제무장해제위원회에 넘겨 파괴하기로 한 지난해 12월 공동정부 수립 당시의 합의에 비해서도 진전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월 IRA가 무장해제를 거부한 뒤 영국이 북아일랜드 신·구교도 공동자치 정부에 이양했던 통치권을 회수함으로써 원점으로 되돌아간 북아일랜드 평화협상 과정이 다시 제걸음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IRA의 성명 발표에 하루 앞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아일랜드의 버티 어헌 총리는 5일 더블린에서 북아일랜드의 얼스터연합당, IRA 정치조직인 신페인당, 사회민주당, 노동당등 4당 대표와 마라톤 협상끝에 북아일랜드 공동자치정부를 평화협정체결 2주년인 오는 22일자로 복권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 영국의 피터 맨델슨 북아일랜드장관은 당초 오는 22일까지로 돼있는 IRA의 무장해제 시한을 오는 2001년 6월까지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IRA의 무기사찰 허용으로 공은 신교파의 얼스터연합당으로 넘어갔다. IRA 무장해제를 요구해온 얼스트연합당내에서는 “IRA의 발표는 무장해제가 아니다”라면서 공동정부 복권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다. 데이비드 트림블 당수는 IRA발표 전날 열린 당 총회에서 이 문제를 표결에 부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IRA의 무기사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영국과 아일랜드의 5일 합의대로 22일 공동자치정부가 복권되고 평화정착과정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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