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잠’을 자야 하는 ‘콩나물시루’ 혼거실, 숙식을 함께 하는 방 한켠에 설치된 재래식 변기의 악취, 걷기밖에 할 수 없는 좁은 운동장….교도소와 구치소 시설이 터무니없이 비좁고 낡아 6만4,000여 재소자들이 죄값 이상의 곤욕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전국 48개 재소자수용시설의 1평당 수용밀도는 평균 2.05명(미국 0.9명). 10명에서 많게는 20여명이 수용되는 3∼5평 규모의 혼거실의 경우 1평에 4∼5명이 켜켜이 싸여 살아가야 하는 곳이 허다하다.
경북 청송감호소에서 1996년 10월 석방된 Y씨는 최근 출소한 동료들의 말을 인용, “정원 7∼12명의 혼거실에 12∼20여명이 지낼 때도 많다”며 “추위야 동료들의 체온에 의지하면 견딜 만하지만 여름에는 ‘미쳐버린다’”고 호소했다.
시설이 낡아 비가 새고 벽 틈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곳도 많다. 대전교도소를 비롯해 23개 교정기관은 80년 이전에 착공된 것이고, 안양교도소(63년 준공)와 영등포구치소(69년 〃) 등 25년 이상된 노후시설도 15곳이나 된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정부의 개선의지는 분명히 있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별로 없다”고 털어놓았다.
재소자들간의 다툼 같은 소동이 벌어졌을 때 문제재소자를 격리수용하는 ‘징벌방’과 비좁은 운동장 문제도 심각하다.
94년 6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지난해 8·15특사로 대구교도소에서 나온 안재구(安在求·68)씨는 “겨울 한철에나 한 뼘 정도 햇볕이 드는 가로, 세로 1㎙, 2.5㎙ 정도인 징벌방과 몇 개 조로 나눠 잠시잠깐씩 나가보지만 걷기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좁은 운동장이 정신건강을 좀먹는다”고 증언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현정덕(玄廷德·37) 상담실장은 “과실범을 양산하는 법 운영체제를 개선하고 벌금형과 보석제도, 불구속재판 등을 확대, 실시하는 것이 과밀문제의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