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당국이 4일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스섬 미군 사격장 점거농성사태를 강제로 해결하자 미국내 히스패닉계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으며 클린턴 행정부도 곤혹스런 표정이다.특히 엘리안 곤살레스군 문제로 쿠바계 주민들로부터 큰 원성을 사고 있는 민주당측은 비에케스섬 사태까지 겹치면서 유권자의 10% 정도인 히스패닉계 표가 날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히스패닉계들은 역대 선거에서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왔다.
이날의 전격작전으로 연행됐던 푸에르토리코계 호세 리베라 미국 뉴욕시 시의원은 이날 “푸에르토리코가 또 다시 미국에 침략당했다”며 “미국 전역에서 스페인계 주민들의 불복종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에케스섬 점거사태는 지난해 4월 19일 미해군 전투기가 이섬에 위치한 폭격훈련장에서 훈련중 실수로 폭탄 1발을 떨어뜨려 민간인 경비원 1명이 숨지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히스패닉계 정치인과 가톨릭 주교와 신부, 독립운동가 등은 폭격훈련장을 점거한 채 폭격훈련장 폐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처음 이들은 훈련장 피해만을 문제삼았으나 400만 주민들의 호응이 커지자 점차 미군기지때문에 푸에르토리코의 경제적 낙후가 초래됐다며 미군철수 등의 주장을 펴며 정치적 공세수위를 강화해나갔다.
일부 강경파등은 1898년 미·스페인전쟁중 미국이 푸에르토리코를 강점한 후 미국이 ‘준주’(準州·commonwealth)라는 어정쩡한 관리를 하는 바람에 가난을 면치못하고 있다며 차제에 완전독립을 해야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당황한 미국은 지난 1월 주민투표를 실시해 미군철수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 주정부와 합의했다. 이에대해 미 해군은 대서양함대의 하나밖에 없는 이 섬의 폭격훈련장이 기능을 못해 전력차질을 우려,투표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시위대의 조기해산을 모색해왔었다.
이날 해산작전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요원 200여명이 동원됐으며 해산에 불응하는 시위대원 216명이 연행됐다. 시위대들은 팔짱을 낀 채 저항하다 순순히 연행에 응해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작전이 종료된 후 성명을 내고 2주일 후부터 사격훈련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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