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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약속지킨 전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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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약속지킨 전우들

입력
2000.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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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어린이날 가족함께 만나자"“조상사님!” “취사반 장일병 맞지? 이게 얼마만이야.”

어린이날인 5일 낮1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문화광장. 아빠들은 정작 이날의 주인공들인 아이들의 손목을 놓고는 자기들끼리 서로 얼싸안았다. 이들은 15년전 강원도 동부전선에 위치한 육군 노도부대(2사단) 32연대 명문대대(1대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

당시 대대장이던 이영재(李英宰·국방부대령·육사31기)씨는 “근무지가 워낙 산간벽지라 부대원들의 유대감이 남달리 끈끈했었다”며 “당시 대대장 취임사를 하면서 다들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2000년 5월5일 여의도광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만나자고 약속했었다”고 소개했다.

이 약속이 현실화해 이날 대대원과 가족 300여명이 모였다.

‘옛 버릇’을 채 버리지 못한 듯 중대별로 질서정연하게 앉은 대대원들은 아내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건 말건 ‘옛날 군대이야기’들을 마냥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던 주임상사 조성원(趙聖元·58·경기 수원시)씨는 “새파란 신병들이 벌써 초등학교 학부형이 되었다니…”라며 “자식들처럼 여겨졌던 부하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며 반가워 했다.

아내와 8새짜리 아들을 데리고 부산에서 상경한 손문규(孫汶圭·33)씨는 “부대입구에 새겨진 ‘2000년에 만나자’던 문구가 정말 현실화할지, 또 이렇게 많이 모일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감격해 했다.

오락시간마다 ‘각설이 춤’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강희달(姜熙達·35·경기 광명시 하안동)씨는 “제대후 몸무게가 28㎏이나 늘었다”며 “다시 군대로 돌아가 살을 빼고 싶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서먹해하다 곧 ‘전우가족’이 됐다. 김태형(10·경기 용인초등 4)군은 “놀이공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주변을 뛰어다녔다.

현역대표로 참석한 신경철(申京撤·육사40기)현 대대장은 “군이 결코 삭막한 집단이 아님을 증명한 이 행사는 우리 대대 장병들에게도 큰 자부심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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