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과 LG를 오가며 매각협상을 벌여온 한솔엠닷컴이 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독자생존’을 선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솔엠닷컴은 5일 “한통에 이어 최근 LG와의 협상도 가격 등 조건이 맞지않아 결렬됐으며 어느 쪽과도 더이상 만날 계획이 없다”면서 “앞으로 내실 경영을 통해 독자생존하는 길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솔엠닷컴의 태도 변화는 매각가격 견해차가 큰 데다 협상을 질질 끌면서 내부조직과 대리점들이 동요하고 주가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결국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가 어렵게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솔엠닷컴 주가는 협상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주가가 5만원대에서 최근에는 2만원대로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한솔엠닷컴의 독자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몸값’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하고 있다.
LG, 한통 손뗐나 LG와 한솔은 최근 협상에서 상당부분 의견접근이 이뤄졌으나 지원군 역할을 했던 LG텔레콤 2대 주주 브리티시텔레콤(BT)이 영국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주파수 경매에 거액을 쏟아부어 투자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LG 혼자 힘으로 자금을 대기가 여의치 않고 달리 대안을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한통 관계자도 “지난달 중순 협상을 중단한 이래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면서 “한솔이 제시하는 가격으로는 매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통과 LG는 모두 매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편이 당장 인수할 의사가 없다면 굳이 무리를 해서 나설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3자 인수설은 한솔은 삼성 현대 등 대기업과 보다폰-에어터치 등 외국기업들을 상대로도 인수 의사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은 3일 매입 계획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현대도 일찌감치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기통신 주주인 보다폰-에어터치는 신세기가 SK텔레콤에 인수된 뒤 새로 투자처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독자생존 가능한가 한솔엠닷컴 관계자는 “6월 결산에서 당기순이익이 460억원에 달할 전망이고, 당초 계획했던 주식예탁증서(DR) 발행과 나스닥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또 IMT-2000 관련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새로운 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텔레콤-신세기통신 기업결합을 시작으로 통신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꼴찌 사업자로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형편. 더구나 지분 매각을 금지한 ‘주주간 협약’기한이 6월말로 끝나 대주주인 BCI-AIG(34.89%)가 이사회 동의만 얻으면 지분을 팔 수 있게 된다.
한통이나 LG도 6월 말 IMT-2000 사업자수 확정을 전후해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솔엠닷컴 매각협상은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에서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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