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청탁.돈거래.기밀유출 있었나재미교포 여성 로비스트인 린다 김의 로비의혹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문민정부 시절 백두사업 등 방위력 증강사업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당시 군과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김씨로부터 금품이나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개입했는 지 여부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씨가 당시 고위인사들에게 대가성 뇌물을 건네거나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국방부 역시 “백두사업은 전 정권에서 기종 등이 결정된 사업으로 린다 김의 로비의혹과는 상관없이 원래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며 린다 김의 연루설을 일축하고 있다.
◇고위 인사들의 로비 개입 및 금품 수수 여부
당시 린다 김과 교분을 가진 것으로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국내 정·관계 고위인사들은 이양호(李養鎬)전 국방장관을 비롯, 황명수(黃明秀)전 국회 국방위원장, 정종택 (鄭宗澤)전 환경부장관, K 전의원 등이다.
이 중 김씨와 가장 활발하게 접촉한 이 전장관은 “96년3월 당시 정종택 환경부장관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나 몇차례 식사를 함께 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백두사업과정에서 김씨를 도와준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전위원장 역시 “C의원으로부터 린다 김을 소개받아 무기내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후 이 전장관을 만나 ‘어느 것이든 나라에 유익하게 성능좋고 싼 것으로 해달라’고 한 적은 있으나 린다 김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은 맹세코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 전장관은 “당시 린다 김이 최고의 성능에 싼 가격을 제시, 국익에 도움되리라는 생각에 이 전장관을 소개했으나 내가 단 돈 10원이라도 받았다면 자살할 것”이라고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머지 관련 인사들도 “일상적 수준의 사적인 관계”라며 수뢰여부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전장관이 린다 김을 소개받은 지 3개월만에 린다 김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던 미국 E시스템사가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하고도 프랑스 이스라엘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선정된 과정은 석연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군기밀 유출 여부
이 전장관이 편지에서 “우리가 요구한 문서는 계속 Hold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빨리 추진하는 것이 좋으니 계약을 맺는대로 연락해라.”
“Sign끝나면 바로 서울에 와서 상세한 설명을 하도록 하고 지난번 말한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니까 회사측에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린다의 역할을 부각시켜요”라고 적은 구절은 이씨가 군전력 증강사업과 관련해 린다 김의 활동을 간접지원했음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에 대해 “사기꾼 같은 여자에게 철저히 이용당했다”며 “편지 내용중 린다 김의 역할을 부각하라는 구절은 그냥 이야기일 뿐 실제로 린다 김을 도운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또 기무사 내사결과를 보고받고 린다 김에 흘린 부분도 “너무 분해 경위를 따졌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다른 고위인사들의 연루여부
린다 김은 96년 출국금지된 채 관계당국의 내사를 받던 과정에서 권력핵심부에 전화를 한 뒤 출금조치가 풀린 것으로 알려져 최고 권력층의
비호까지 받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당시 군내부에서는 린다 김과 가까운 ‘실세’가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소문이 났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국방정보본부가 美製 밀었다"
1996년 6월21일 백두사업 기종 최종 결정 당시 미국제가 프랑스 및 이스라엘제에 비해 전반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도 불구, 당시 국방정보본부가 정보수집장비의 체계결합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워 미국제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무자들이 작성, 이날 열린 확대획득협의회에 상정한 3개 경쟁업체의 기종에 대한 성능 및 도입조건을 평가한 결과, 요구 성능면에서는 미국이 다소 우수하나 계약조건과 획득비용, 종합군수지원, 절충교역(상대방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면에서는 다른 2개국 제품이 낫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쟁입찰을 벌인 업체들은 린다 김이 로비스트로 활약한 E시스템과 호커-800(미국) 라파엘과 호커-800(이스라엘) 톰슨과 사이테이션3(프랑스) 등이다.
이에 대해 국방정보본부측은 “한미 정보간 공통영역이 확보돼야 하고 정보수집장비는 고도기술로 제작, 체계결합을 하는 고도의 복잡한 과정”이라며 “가격이 비싸도 미정부가 품질을 보증하는 FMS(한미정부간 계약)방식을 택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 결국 200억원이상 비싼 미국제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
■[린다김 파문] 백두사업총지휘 권기대씨
"이양호씨 E시스템 비호 한듯"
문민정부 시절 국방부 군무관리관으로 백두사업을 총괄지휘하다 린다 김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권기대(權起大·57·예비역준장)씨는 4일 이양호(李養鎬)전 국방장관이 합참의장 때인 94년12월부터 백두사업의 본격 추진을 지시했고 장관 취임후에도 세부사항 등을 직접 챙겼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장관은 ‘린다 김’이 로비스트로 일했던 E시스템사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듯해 행동이 의아스러울때가 많았다”고 권씨는 기억했다.
권씨는 또 “백두사업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도 당시 실무부대에서는 미 TRW사의 감청시스템과 프랑스의 펠콘 정찰기 도입을 건의했으나 결국 미 E시스템의 감청장비와 레이시온사의 호커_800기종이 선정됐는데 군 획득사업 추진시 실무부대 건의가 무시된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백두사업 추진 실무팀이 기종 결정후 97년 8,9월 E시스템사 장비의 문제점을 이 전장관과 국방부에 계속 제기하면서 사업중단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는 것이다.
권씨는 이와 관련, “이전장관은 장비선정후 97년초 실무자를 불러 ‘이미 결정된 장비에 대해 더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당시 기종선정관련 회의록을 공개하며 “자주정보능력을 100%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미연합정보지원 체계를 유지하고 품질보증면에서 유리한 미제를 최종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장관도 “방산사업 추진시 장관 개인의 뜻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는 힘들다”고 권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린다김 파문] 98년 수사 고석 검찰부장
"심증있었으나 수사 한계봉착"
1998년 9월 국군기무사령부와 함께 백두사업에 대해 수사를 벌였던 당시 국방부 검찰부장 고 석(현 3군사령부 법무참모) 대령은 4일 “당시 ‘린다 김’의 로비에 대해 수사를 하려 했으나 민간인 신분인데다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한계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고대령은 “수사 당시에도 린다 김이 이양호 전국방장관을 포함해 고위급 인사들과 친하다는 설이 파다했다”면서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잡기 힘들어 결국 수사가 봉착상태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검 중수부도 린다 김의 고위층 로비설에 대해 수사하려 했으나 특별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따라서 지난달 28일 린다 김이 기소된 혐의도 과거 기무사와 군검찰이 수사해서 넘겨줬던 부분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당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7명이 구속된 데에 대해서는 “이들이 유출한 정보가 린다 김이 밀던 업체가 최종 선정되는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대령은 “미국으로 건너가 린다 김을 조사했다는 일부 소문이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린다김 파문] '린다김' '옷로비' 닮은꼴?
최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 로비스트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의 로비의혹은 지난해 전국을 휘몰아친 옷로비 의혹사건과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두사건은 기본적으로 고위층인사의 부정적인 사생활을 배경으로 하고있고 1차수사가 마무리된 뒤 언론보도에 의해 의혹이 확대, 재생산됐다는 점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옷로비 의혹사건의 경우 1998년12월 당시 검찰총장 부인이던 연정희(延貞姬)씨와 장관부인들이 떼지어 고급의상실을 드나든 것을 빌미로 최순영(崔淳永)전 신동아그룹회장의 사법처리에 대한 정당성 시비가 일었다.
이듬해 1월 사직동팀이 나서 ‘내사결과 옷로비 사실이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가라않지 않았다.
결국 검찰수사와 청문회, 특검수사, 검찰의 재수사를 거쳐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과 박주선(朴柱宣)청와대비서관이 구속되고 네여인은 국회 위증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관련자 모두가 무혐의를 주장하는 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린다 김 로비의혹도 사건의 큰 얼개로 볼 때 고위공직자들이 일개 로비스트에 대해 공·사 구분이 모호한 언행으로 무기구매 사업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기무사의 1차수사로 금품을 주고받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군인과 민간인 7명이 구속되기까지 했으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도 옷사건과 닮은 꼴이다.
이번 린다 김 사건의 수사전망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검찰이 옷사건에서처럼 여론이나 정치권의 압력에 떼밀려 성급한 수사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검찰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론 하나같이 ‘흘러간 로맨스 소설’같은 이사건에 흥미를 보이면서도, 정작 수사이야기만 나오면 말을 아끼는 것도 옷사건의 기억이 너무나 뼈아프기 때문이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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