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의 무역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상수지 당초 목표인 120억달러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정부는 4일 오전 박태준(朴泰俊)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에너지절약유도, 부품·소재산업 발전, 중국낙후지역 개발, 중동지역 플랜트수출 등을 통해 무역수지흑자를 적극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난 달 무역흑자가 2억2,500만달러로 올들어 모두 7억7,000만달러에 그쳐 경상수지 흑자목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단 당초 목표를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도 3일 재경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국제수지 개선을 위해 에너지 절약 등 종합적인 대책을 곧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1,200억달러 규모의 서부지역 개발 5개년계획에 국내 건설업체 등이 적극 진출하고 중동지역의 플랜트수출 수주도 최대한 늘리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게 정부 방침.
4일 정부의 올 무역흑자 목표(120억달러) 고수 방침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마디로 정부가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얽매이고 있다는 것이다. 목표 고수의 수단이나 근거도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안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정부당국의 현실감각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무역흑자 실적은 고작 7억7,000만달러(통관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1·4분기 흑자목표(15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에 수입증가율은 수출증가율의 2배에 이르고 그나마 수출증가율은 매월 둔화하고 있다.
때문에 민간경제연구소는 물론이고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까지 흑자목표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무역협회 현대경제연구원 대우경제연구소 등은 올해 무역수지흑자를 82억~91억달러로 하향전망했고 산업연구원(KIET)도 108억달러를 예상했다. 정부의 목표치와 30억달러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몰론 최근 흑자기조의 동요가 고유가(高油價)와 이에 따른 원자재가격 동반상승이라는 복병(伏兵)에다 총선, 노사분규 등 단기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정부 낙관론의 근거 역시 유가 안정효과가 이달부터 반영돼 매달 4억달러 수지개선 효과가 생기고 산업생산 증가율이 둔화추세여서 2분기 이후 시설재와 자본재의 수입도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전민규(全珉奎) 연구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크게 줄여온 기업들의 원자재 재고가 아직까지 적정수준보다 낮은 실정”이라며 “부품·소재 등 수입폭증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서부지역에 대한 대규모 개발계획 프로젝트와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에 거는 정부의 기대에 대해서도 원부자재의 상당부분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실제 흑자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임신도 안한 아이를 인구통계에 포함시키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모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흑자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은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현 단계에서는 다소 이르다는 것을 정부 입장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정책의지를 쉽게 꺾지 않겠다는 뜻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목표를 거듭 밝히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