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해 봐. 도리도리.” “……?”‘영아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태어난지 2~3개월 된 아기에게도 선생님을 고용, 과외를 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과외위헌 결정으로 각종 과외과열 조짐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경기 일산에 사는 주부 조모(31)씨는 100일 된 아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두번씩 서울 강남의 F어린이교실을 찾는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으면 선생님이 ‘재미있는’ 놀이를 유도하는 식의 수업에서 아들 종희군은 ‘눈 초점 맞추기’ ‘동물울음 따라하기’ 등을 배운다. 조씨는 “한달 전 과외를 시작한 아기가 지금은 누워서 눈도 잘 굴리고 낯도 덜 가린다”며 자랑했다.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선생님에게 ‘장난감 갖고 놀기’를 지도받는 전모군은 생후 6개월. “좀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는 어머니 김모(27)씨는 “남편은 ‘아기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나무라지만 주변의 아기에 비해 뒤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영·유아 전문교육 업체는 10여개 정도. 올들어 업체수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각사는 신문광고 등을 통해 ‘다른 아이들도 다한다’‘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는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전국적으로 10만여명의 아기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H사측은 “올들어 문의하는 아기의 나이가 더욱 낮아졌다”고 전했다.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김인경(金仁經·39·여) 연구원은 “영아 대상의 최근 과외학습이 심리·성격형성과 능력계발에 도움을 준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며 “무리한 교육이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과외위헌 결정이후 갖가지 형식의 과외가 판치고 있다”며 “우리사회의 높은 교육열을 악용, 얄팍한 상술로 학부모를 현혹하는 행태는 갖가지 부작용은 물론, 사회적 위화감마저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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