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이 북한에 50만평 규모의 전자단지를 건설키로 하는 등 대북(對北)투자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현대에 비해 대북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뒤져있던 삼성의 변화는 최근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하는 등 실용주의 노선을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삼성의 대북 사업 강화는 올초부터 감지됐다. 삼성은 지난 2월 평양 시내에 컬러 TV, 오디오, 전화기 등 3개 임가공 공장을 위한 설비를 반입, 생산에 들어갔다. 연산 2만대의 TV 임가공 공장과 연산 24만대의 전화기 공장은 4월부터 양산에 들어갔고 연산 12만대의 오디오 공장은 5월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한다.
삼성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북한의 주요 공공장소에 ‘ATAE·SAMSUNG’(아태·삼성) TV 전시대 100대를 설치했는데, 남한 민간기업 브랜드의 북한 공공장소 설치는 해방후 처음이다. 92년부터 시작된 섬유 분야의 임가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대북 투자 담당자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남한 기업들의 북한 진출에 대한 북한측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의 대북 사업중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北京)에 남북 합작으로 설립된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센터다. 이는 제3국에서 이뤄진 최초의 남북 경협사업인데다 최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여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센터는 삼성이 북한의 디지털·인터넷 분야에 대한 장기전략을 구상중임을 시사한다.
삼성은 98년말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경제협력방안을 내놓은 뒤 정치적 격랑에도 불구하고 물밑에서 꾸준히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16명 규모의 북한 조사단을 파견, 전자단지 후보지 등을 물색하기도 했었다. 삼성 조사단 파견은 95년 삼성 사장단의 나진·선봉지역 방문뒤 처음 이뤄진 방북이었다.
정치에 크게 좌우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때문에 삼성의 계획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장담키 힘들지만 최근의 남북 화해 무드와 이건희(李健熙) 회장 방북을 추진하는 삼성의 의욕 등으로 미뤄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된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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