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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산행과 참배를 함께

입력
200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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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보기도 전에 사라진 듯한 봄. 꽃구경 할 여유조차 낼 수 없었던 이들에겐 아쉽고 허무하다. 그 끝자락이라도 잡아 볼 마음이라면 산에 오르자. 깊은 산사에는 봄의 기운이 여전히 진하다. 석가탄신일(11일)이 다가온다. 부처를 참배하고 가벼운 산행도 즐기는 가족 나들이. 화사한 불국토의 바람이 번뇌와 아쉬움을 씻어줄 듯하다.■ 오대산/월정사, 상원사, 적멸보궁(강원 평창군)

백두대간이 서쪽으로 가지(차령산맥)를 치는 경계에 위치한 명산. 바위가 적고 흙이 많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그 포근한 산줄기를 따라 불교문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신라 선덕여왕 때의 자장율사 이래로 1,300여년간 문수보살이 1만의 권속을 거느리고 살고 있는 곳으로 전해내려온다. 대찰 월정사를 정점으로 상원사, 적멸보궁, 미륵암, 염불암, 사자암, 지장암 등 수많은 절과 암자가 골짜기마다 흩어져 있다.

오대산국립공원관리공단은 31일까지 산불방지를 위해 일부 등산로만 개방한다. 상원사 코스는 적멸보궁, 소금강 코스는 구룡폭포까지만 오를 수 있다. 본격적인 산꾼들은 아쉽지만, 가족끼리 트레킹과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매표소를 지나 월정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이 좋다. 오대산의 관문 월정사는 서기 645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 대웅전 앞마당에 마주보고 있는 국보 47호 팔각구층석탑과 보물 139호 석조보살좌상이 눈에 띈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의 풍상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거의 제모습을 갖추고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2시간여가 걸리는 트레킹코스. 8㎞의 왕복 2차선 비포장길이다. 버스도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는 길이지만 걷는 것이 좋다. 굴곡이 없는 평지라 산보하듯 걸으면 된다. 오른쪽으로 오대천이 흐른다. 신록을 머금은 아름드리 활엽수의 가지가 지붕처럼 계곡물을 덮었고, 티끌하나 없는 물이 바위 사이를 흐른다. 길의 중간지점에 산장을 겸한 휴게소가 있어 다리를 쉴 수 있다.

상원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보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 조선 세조가 이 곳에서 병을 고친 이후 왕가의 특별한 지원을 받는 사찰이 됐다. 세조가 친견했다는 문수동자의 모습을 복원한 문수동자상(국보 221호), 동종(국보 36호)등이 있다. 적멸보궁은 상원사에서 20-30분(1.4㎞) 거리. 다소 가파르지만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다. ‘적멸보궁 덕분에 불자들이 밥을 굶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반도에서 가장 풍수가 좋다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대산관리사무소(0374)332-6417

■ 태백산/유일사 망경사 백단사(강원 태백시)

백두대간의 중추이자 국토의 모산으로 추앙받는 산. 불교의 향기가 아니더라도 단군의 영정을 모신 단군성전, 그에게 제를 지내는 천제단 등 우리 민족의 영(靈)적 에너지가 응축돼 존재하는 곳이다. 유일사 망경사 백단사 등 대찰은 아니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사찰이 골짜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

태백산 산행은 크게 두가지. 유일사매표소에서 출발, 유일사-장군봉-천제단-망경사-문수봉-당골을 거쳐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코스와 백단사 입구 매표소에서 백단사를 거쳐 반재-망경사-천제단에 오르는 코스이다. 유일사 코스가 일반 등반객에게 인기가 높다. 태백산의 높이는 해발 1,567㎙. 태백시의 평균 해발고도가 800㎙이기 때문에 700여㎙만 오르면 된다. 코스도 험하지 않아 가족 등반에 제격이다.

유일사매표소에서 유일사고개쉼터까지의 길은 넓지만 가파르다. 약 40분이 걸리는데 길의 변화가 없어 다소 무미건조하다. 유일사는 쉼터에서 아득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사이로 살짝 비치는 아담한 절의 모습이 신비롭다. 유일사를 들러보겠다면 삭도로 절에 필요한 물건을 운반할 정도의 산길을 한동안 내려가야 한다.

다시 쉼터에서 장군봉으로 뻗은 길은 좁고 급경사다. 그러나 힘들지 않다. 가지를 뒤튼 주목의 군락을 만나기 때문이다. 수령 200년이 훨씬 넘은 주목의 다양한 표정을 보며 오르다보면 어느 새 최고봉이다. 천제단은 이 곳 장군봉보다 약 7m 낮은 옆 봉우리에 만들어져 있다.

천제단에서 계단을 따라 5분쯤 내려오면 망경사라는 절이 우뚝 서 있다. 재작년 가을 호우에 절의 축대가 많이 깎여 나갔는데 이제는 완전히 복원됐다. 절 옆의 샘물 용정(龍井)에서 마른 입을 축인다. 1,500m가 넘는 산꼭대기에서 솟는 물로 한반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샘이다. 물을 통해 산의 정기가 바다의 용왕과 닿는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아기자기하다. 특히 당골계곡의 거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부터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태백산관리사무소(0395)550-2514

■ 오봉산/청평사(강원 춘천시)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산에 오르는 독특한 재미를 맛 볼 수 있다. 오봉산 들머리에 오롯하게 자리잡은 청평사는 맑은 물냄새와 소나무 향기가 범벅이 된 사찰. 그 청아함만큼 맑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청평사라는 이름은 고려때 청평거사 이자현(1061-1125)의 아호에서 따온 것. 이자현은 권세가 이자연의 손자이다. 이자연은 세 딸을 모두 문종에게 시집보내 12대 순종, 13대 선종, 15대 숙종의 외할아버지가 됐다.

집안의 권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손자인 이자현은 세태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도성을 떠나 청평사에 은거했다. 예종이 그를 흠모해 여러번 나라일을 맡기려 했으나 “욕심없이 사는 것이 나의 삶”이라는 대답으로 청평사를 떠나지 않았다. 명징한 삶을 살았던 이자현은 차를 사랑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와 청평사의 내력이 전해내려오면서 김시습, 이황, 정선, 정약용 등 내로라 하는 거물들이 청평사에 들러 한잔의 차를 즐기곤 했다. 탄연스님이 이자현의 이야기를 쓴 진락공이자현비는 우리 서예사를 빛낸 걸작으로 평가된다.

오봉산(779m)은 청평사를 굽어보는 바위산이다. 기암의 봉우리가 오밀조밀하게 늘어서 있다. 다섯개의 봉우리가 대표적이어서 오봉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소양호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쯤 들어가면 청평사 선착장. 본격적인 등산을 원하면 청평골-하우고개-북쪽 주능선-부용산-배치고개-오봉산-청평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한다.

약 6시간30분이 소요된다. 간단한 산행을 택한다면 청평사 앞에서 망부석, 홈통바위를 따라 오봉산에 오르면 된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오봉산의 또 하나의 명물은 청평사 가는 길의 구성폭포. 아홉가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고 한다. 높이 10m로 규모는 작지만 두 갈래로 나뉘어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물줄기가 기품이 있다. 지금 소양호의 물은 10m 가깝게 빠져 있다. 만수의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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