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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우먼성공학/볼보건설 재무담당 재니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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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우먼성공학/볼보건설 재무담당 재니스 리

입력
200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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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집안일과 회사일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멀티태스킹능력(다중업무동시처리능력)과 책임감을 배우는 것 같다.”굴삭기 버스 트럭 등 중장비를 주로 생산하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재무담당 매니저인 제니스 리(40)씨는 “멀티태스킹능력은 부품이 많고 제조공정이 복잡한 자동차·중장비 등의 생산과정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여성의 일이라면 흔히 서비스직종을 떠올리지만 멀티태스킹능력을 갖춘 여성이라면 제조업도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한다.

현장에 가면 “중장비에서 느껴지는 힘과 파워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라고 말하는 그는 여성의 비율이 극히 낮은 국내 중장비생산업체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전문업무는 회계. 대학(이화여대 영문학과)을 졸업하고 198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금융기획으로, 클리블랜드주립대에서 회계 및 금융정보시스템으로 각각 경영학석사학위를 따고 CPA로 활동하던 그가 볼보코리아에 입사하게 된 것은 지난 1998년. 스웨덴에 본사를 둔 볼보가 삼성중공업의 중장비생산부문을 인수, 한국내 진출을 앞두고 그를 스카웃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장한 뒤 미국에 안착, 외국인 경영진과 한국인 직원 사이를 이어주는 데 적격인 셈이었다.

그가 볼보코리아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제품의 수주부터 부품 및 자재구입, 생산, 물류 등 제조의 전 과정을 통합, 표준화·전산화하는 작업. ERP시스템 또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전세계 대기업들이 혁신적 경영방식으로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볼보코리아의 재무구조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을 통해 그는 ‘시스템만 바꿀 게 아니라 직원들의 의식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미교포로 타이어회사 굿이어타이어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과 한동안의 별거를 감수하고 17년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된 데도 서구의 합리적 경영마인드를 한국기업에 전파해야 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1993~1997년 대우중공업 미국본사에서 회계감사원으로 일할 때 미국인 직원들의 정서와 외국기업 풍토를 이해못해 한국인 경영진이 애를 먹는 것을 적잖이 경험했다.”

볼보의 합리주의 효율성을 한국의 정(情)적인 기업문화에 이식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그는 연공서열 등 조직의 경직성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의 상사들은 결재만 하면 되지만 외국의 경우 사장이 직접 카피를 뜨고 서류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상사가 늦게까지 퇴근을 하지 않으면 부하직원들도 눈치보면서 퇴근을 하지 않는게 관행이다. 한국에서는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일을 하면 칭찬을 하지만 외국에서는 자신의 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취급한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접합하는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한국인들과는 다른 경영마인드와 미국인 국적 때문인지 직원들은 처음에 그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거부감을 깨뜨리는 데는 여성적인 융화와 융통성이 큰 도움이 됐다. “직원들과 어울려 소주도 마시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생각이 의외로 한국식이라 그들이 경계심을 덜 갖는 것 같았다.”

여성의 성숙함과 포용이 직장에서도 큰 장점이라고 얘기하는 그는 “아직 중장비업계에서 마음을 나눌 여성동료가 많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나의 좌우명

항상 자신을 개발하도록 한다 스스로 정형화된 생각에서 벗어나고 전문성을 높여야 할 뿐 아니라 팀원들도 능력을 개발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리더 매니저 직원의 역할은 각기 다르다. 역할에 맞게 필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는 기업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매니저는 이에 맞춰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부하직원의 경우 상사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할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가이드/ 미국공인회계사

회계는 기업활동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언어이다. 기존의 회계사가 장부정리나 세금관리 등의 업무에 국한됐던 것과는 달리 점차 기업활동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과 지출 투자상황을 정리하면서 회사의 사정을 한눈에 파악하고 이에 따른 경영컨설팅까지 담당하게 된다. 미국에서 공인회게사를 “door opener’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이다. 최근 외국계기업의 한국진출이 늘어나면서 미국공인회계사자격을 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공인회계사자격을 딴 사람이나 비전공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다.

한국회계학원(02-3471-8588, www.kais.co.kr) 등에서 시험공부를 한 뒤 미국 현지에서 재무회계 특수회계 상법 회계감사 등의 과목을 시험본다. 국내진출한 외국기업,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 국내회계법인 등에 취업할 수 있다.

김동선기자 dongsun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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