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의 움직임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이틀간 증시는 예상치 못한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로 떨어지던 종합주가지수가 반등을 시도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정말 순매수로 돌아선 것인지, 왜 주식을 사는지에 대해 증권가는 정답찾기에 분주하다. 긍정적 해답이 쉽게 발견되지 않자 도리어 진짜 외국인일 가능성이 낮다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다.지난달 28일, 외국인은 전날 2,200억원이 넘게 순매도한 지 하루만에 무려 2,7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2일에도 순매수 규모는 2,200억원에 달했다. 4월11일 이후 순매도 또는 관망해온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선 것은 악재에 길들여진 증시에 호재였고, 지수도 하락세를 멈췄다. 그러나 이같은 외국인에 대해 낙관론 보다 이례적인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에선 28일의 경우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우호적인 외국인이거나 국내 기관의 외부펀드의 적극적인 매수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2일 상한가를 기록해 시장분위기를 호전시킨 SK텔레콤의 경우도 외국계 한 펀드가 집중매수했고, 이는 말레이시아쪽 역외펀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왔다. 매매창구였던 모건스탠리측은 “시장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분명 순수한 외국인 고객이었다”고 해명, 의심은 불필요할 오해로 끝나는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외국인이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이같은 일은 3일에도 반복됐다. 이날 한국전력을 놓고 모건스탠리와 CSFB가 매도공세를 펴고 메릴린치는 매수하며 추가하락을 저지하는 그들만의 싸움을 벌였다.
그래서 증시에선 “외국인 매수는 이탈하는 개인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이다”“외국인이 올린 종합지수는 ‘어거지 지수’‘속빈 강정’에 불과하다”“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보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연 4일째 순매도하는 코스닥일 것이다”는 말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결론도 노골적인 어투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비슷하다.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순매수할 모멘텀이 없고, 최근의 매수는 단기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과거처럼 ‘바이-코리아(한국사기)’가 아닌 ‘바이-스탁(종목사기)’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e-미래에셋증권 이정호연구원은 “나스닥의 하락세는 달러강세가 막고 있으나, 달러강세는 유로와 엔화의 약세에 따른 일시적 국면”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따라서 “국내 기관의 물량을 능히 받아줄 외국인 매수의 모멘텀이 변화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특히 외국인의 기술주 과다편입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언제든 위험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수는 당분간 하락권에 머물 공산이 크며 통신주의 반등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은 나스닥이 한 차례 추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거래소에선 우량종목중 저가매수가 가능한 개별종목 위주로 매매하지만 코스닥은 매매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