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이용한 '생물독성경보시스템 시험' 도입낙동강의 1991년 페놀오염사고와 1994년 기름유출사고… 예고없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수질오염 사고를 빨리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첨단과학시대에도 상수원의 수질오염을 24시간 감시하는 ‘조기경보장치’는 물고기 등 생물이다.
몇차례의 사고로 홍역을 치른 환경부는 97년부터 작은 민물고기인 버들개, 그리고 물벼룩을 이용한 생물독성경보시스템을 시험도입, 올해 전국 20개 수질측정소로 확대했다.
최근 공장폐수에서 검출되는 화학물질은 1,600만종에 달하고 해마다 4만종이 새로 생성된다. 따라서 화학 반응을 이용한 방식으로는 아무리 첨단시약을 사용해도 오염물질을 모두 찾아낼 수 없다. 반면 버들개와 물벼룩은 모든 독성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수질 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과학이 발달할 수록 첨단기기 보다 생물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환경보존정책의 ‘진리’를 말해주는 듯하다.
버들개 경보장치는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속성에 착안했다. 상수원물이 흐르는 수조 속의 버들개는 독성물질이 유입되면 활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뒤로 밀려 후면의 센서에 부딪히게 된다. 센서는 부딪히는 횟수와 강도를 수치로 나타내 경보음을 4대강 수질검사소와 지방환경관리청, 환경부 등 관계기관으로 즉시 통보해준다.
물벼룩은 독성물질이 유입되면 물 속에서 뛰어오르는 횟수와 높이가 급격히 줄어든다. 센서는 물벼룩의 ‘점프’상황을 24시간 그래프로 표시, 변화가 나타나면 곧바로 경보음을 발한다.
국립환경연구원 수질화학과 이인선(李寅善)과장은 “페놀오염사고 때는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거나 주민 신고를 받은 후에야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며 “버들개과 물벼룩 덕분에 24시간 오염사고를 감시할 수 있고, 수질측정소가 취수장으로부터 3시간 거리로 떨어져 있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30년전부터 시행
외국에서는 30년전부터 물고기를 이용한 수질감시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독일은 1971년 물고기를 이용한 수질검사장치를 개발했고, 1986년에는 물벼룩을 이용한 수질검사방법이 개발됐다. ‘검은 숲(The Black Forest)’이라는 상수원에 놓아 기른 송어가 죽지 않으면 마실 물로 이용했던 전통이 이 장치를 개발한 계기가 됐다. 일본의 수도법에는 취수의 긴급정지 판정요건으로 ‘물고기가 죽어 다수가 부상하는 경우’를 들고 있기도 하다.
독성시험에 이용되는 물고기는 크기가 작고 성장속도가 빠르지 않으며, 충분한 양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금빛황어, 잉어, 송어를, 영국에서는 제브라피쉬(Zebrafish)를 이용한다.
일본에서는 일본산 송사리, 잉어, 송어, 버들치 등을 이용하고 있고 네델란드와 인도에서는 열대어인 구피(Guppy)가 활용된다. 물고기의 역류성을 이용한 수질감시장치로 1970년대에는 잉어, 무지개송어, 금붕어, 황어가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12-15㎝의 금빛황어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정정화기자jeong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