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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극단 창작마을 '사랑에 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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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극단 창작마을 '사랑에 속고...'

입력
200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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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얘기지만, 맨 뒤 장면에선 절로 눈물이 나왔죠.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어쩌면 그렇게 감동적인지…”4월 30일 친구 둘과 함께 온 함화자(63)씨. 30년대 동양극장 원본 상연을 내건 창작마을의 시리즈 공연 ‘우리 희곡 다시 보기’가 관극 풍경을 바꾸고 있다. 더러는 자식의 손까지 잡고 관람한다.지금은 두 번째 작품,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상연되고 있다. ‘홍도야 우지마라’의 구성진 선율이 분위기에 맞춰 변주되고, 객석의 마음은 무장 해제. 문자 그대로, 눈물 없이는 보지 못할 연극이 된다.

판소리에만 추임새가 있는 게 아니다. “아이고 저런”, “그래, 저 나쁜 년” 객석에서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탄성들. 이 테크노 시대, 사라져 가는 우리 정서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며 제3의 가능성으로 다가 오고 있다. 가부키가 변형된 악극도, 신파극도 아닌, 우리만의 리얼리즘 무대가 주는 새로운 맛이다. 그래서 이 무대에는 ‘정통’의 자부심이 곳곳에서 읽힌다.

배우들도 신이 났다. 머슴 월초 역의 현대철(34)이 말한다. “셰익스피어, 몰리에르만이 고전인가요? 우리 정서가 우리말로 이렇게 훌륭히 구현돼 있잖아요.” KBS 영상사업단에서 낡아빠진 ‘홍도야 우지마라’ 필름을 구해 외다시피 본 김가영(27·홍도역) 등 젊은 배우들의 노력이 숨어 있는 무대다. “연출자의 요구도 없이, 하다보니 그렇게 됐죠.” 호들갑 퇴기 역으로 객석의 웃음보를 터뜨려 준 여배우 박선욱(34)의 말은 이 연극이 무대와 객석 모두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창작마을은 이제 원형 살리기에서 나아가, 어법과 무대 장치 등을 더 우리 시대로 앞당긴 개작 작업에 들어 갔다. 대상 작품은 ‘산돼지’ ‘김영일의 사’ ‘유랑극단’ 등. 지난해 하반기 워크샵으로 분석을 마친 이 작품들은 7월께 상연을 위한 개작 작업에 들어 가, 10월 차례 차례 상연될 예정이다. 두달째 운영중인 인터넷(www.cjplay.co.kr)에서도 이들의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랑에…’는 9일까지 공연된다. (02)777-7048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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