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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김 로비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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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김 로비설 파문

입력
200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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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언론 보도 내용미국 무기중개업체의 한국인 여성로비스트와 정·관계인사들이 공·사적인 관계를 맺은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미 일단락됐던 ‘백두사업’과 관련, 또다시 파문이 일고있다.

문민정부시절 한국군의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과 관련, 미국 무기중개업체 IMCL사 대표 겸 E시스템사 로비스트인 린다 김(47·한국명 김귀옥)씨의 로비활동에 당시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혹이 있다는 것이 2일자 중앙일보의 보도내용.

린다 김과 접촉한 인사들로는 당시 이양호 국방장관, 황명수 국회 국방위원장, 정종택 환경부 장관, 금진호 신한국당 의원, 김윤도 변호사 등이 거명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정씨는 정무장관으로 재직하던 1988년 당시 야당의원 S씨의 소개로 린다 김을 만난뒤 96년7월 린다 김이 불법로비 혐의로 기무사의 조사를 받을 때까지 후원자 역할을 했다. 이후 정씨는 금씨에게 린다 김을 소개했고, 92년에는 전직장관 C씨, 96년에는 이 전장관과 김변호사를 추가로 소개했다.

특히 이 전장관은 린다 김과 무기관련 정보와 개인적 감정을 편지에 담아 주고 받았으며, 같은해 7월에는 린다 김의 불법로비에 대해 기무사령관이 보고한 중간 수사상황과 대책을 적은 편지를 린다김에게 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중앙이 공개한 편지에는 96년9월 이장관이 미국에 있던 린다 김에게 ‘큰 프로젝트가 끝난뒤 집에 가라고 했을 때 내말을 들었어야 했다’ ‘내가 누차 말한 것 You must protect me(당신은 나를 보호해야 한다)’등의 내용을 전한 것으로 돼 있다.

또 당시 황 국방위원장은 이 전장관에게 수차례 린다 김을 도와주라는 취지의 전화를 걸었다고 중앙은 덧붙였다.

보도는 이에 따라 E시스템사가 백두사업에 함께 응찰한 프랑스, 이스라엘 업체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96년6월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결론지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린다김 로비설 파문] 백두사업과 린다김

‘백두사업’이란 최첨단 장비를 탑재한 정찰기를 띄워 한반도 전역에서 발생하는 음성통신을 감청하고 신호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원격조종감시체계(RCSS)와 정찰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말한다. 6공시절인 1991년부터 추진됐으나 96년에 이르러서야 사업비가 책정되고 기종도 결정됐다.

당시 환율로 사업비는 1,600여억원이었으나 현재는 2,300여억원(2억1,000달러)으로 늘어난 상태이며 현재 미국에서 RCSS와 정찰기를 제작중에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월 ‘백두사업단’을 창설한데 이어 6월과 7월사이 현지에서 ‘지상 및 비행수락시험’을 실시한 뒤 내년 3월 국내에 도입해 4월 실전 배치, 전력화할 방침이다.

현재 계획대로 사업은 추진되고 있지만 그동안 기종결정과정에서 갖가지 의혹과 문제점들이 쏟아진 대표적인 문제 획득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린다 김’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던 미국 E시스템사가 가장 비싼 가격으로 프랑스 이스라엘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선정된데 이어 정찰기도 E시스템사가 밀고 결국은 합병까지 된 미국 레이시온사의 ‘호커-800’으로 결정된데서 비롯됐다. 특히 ‘호커-800’은 92·93년 시험평가에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았던 제품이었다.

때문에 98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 정권 군관계인사 및 정치권에 의한 로비의혹이 터져 나왔고 국방부 자체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이 실시됐다.

이후 군수사당국이 수사에 나서 뇌물을 받고 백두사업 관련 정보를 ‘린다 김’이 회장으로 있는 무기중개업체 ‘IMCL’사에 넘겨 준 혐의로 당시 대북정보수집부대 1급 군무원 권기대(예비역준장)씨와 백두사업주미연락단장 이화수 당시 공군대령 등 7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린다김 로비설 파문] 린다 김은 누구...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은 53년 경북 청도 출생으로 대구에서 국민학교를, 서울에서 중·고교를 다닌 뒤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사실 외에는 신상과 관련해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김씨는 다만 과거 “버클리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었고 20대 때 중동의 무기중개상 카쇼기 밑에서 일을 배웠다”고 자신을 소개한 적이 있다.

김씨는 무기중개업체 IMCL사 외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형 나이트클럽 ‘플라멩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한인타운의 서울팔레스호텔을 480만달러에 매입, 동생 김귀자씨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A 근교 발렌시아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나 교민들과도 접촉이 거의 없어 두어차례 결혼경험이 있다는 정도의 ‘소문’만 있을 뿐이다.

김씨는 백두사업과 관련, 2년여동안 한국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무기중개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등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문제를 풀기위해 지난달 자진해 귀국,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LA의 교민소식통은 “지난달 검찰관계자가 출장을 와 린다 김에게 귀국을 종용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서 김씨와 접촉한 인사들은 대부분 그에 대해 “미모와 매너, 재능을 함께 갖춘 여성”이라고 호감을 표시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린다김 로비설 파문] 국방부·검찰 입장

국방부 입장

국방부는 이양호 전 국방장관과 정치권에 대한 ‘린다 김’의 로비가 백두사업 기종 결정과정에 작용했을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린다 김은 민간인 신분으로 로비문제 등은 검찰에서 밝힐 문제”라고 밝혔다.

윤일영(尹日寧)대변인은 2일 “백두사업은 전 정권에서 기종 등이 결정된 사업으로 린다 김의 로비설과는 상관없이 원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며 “98년 백두사업과 관련, 일부 군관계자들이 업체에 정보를 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지만 기종결정과정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입장

지난달 28일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서울지검 공안2부(박윤환·朴允煥 부장검사)는 “수사과정에서 린다 김이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98년 ‘백두사업’관련 수사당시, 모두 7명을 구속했으며 이번 린다 김의 불구속기소도 기소중지자에 대한 처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재기(金在琪)서울지검 1차장검사는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이 대가를 받고 군사기밀을 누출했다면 확인하겠지만 현재로선 드러난 범죄혐의가 없다”고 수사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린다김 로비설 파문] 관련당사자들 해명

린다 김의 로비 관련자로 거론된 당사자들은 모두 로비 관여 의혹 등을 정면 부인하며, 린다 김과의 관계도 일상적 수준의 사적인 관계라고 해명했다.

정종택 전환경부장관은 “89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정무장관을 할 때 야당중진 소개로 만났다”며 “자기 어머니가 나와 동성동본이라면서 아저씨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정 전장관은 “이후 무역협회 고문이었던 금진호씨와 C 전장관, 김윤도 변호사를 소개해줬고, 고교 3년 후배인 이양우 국방장관을 소개해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린다 김이 ‘최고의 성능에 가장 싼 가격’을 제시, 국익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이장관을 소개했으나 내가 단돈 10원이라도 받았다면 할복자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황명수 고문은 “96년 3월 금진호씨로부터 린다 김을 소개받아 무기내용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은 있다”면서 “또 이양호장관을 만나 어느 것이 되든 나라에 유익하게 성능좋고 값싼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황고문은 이어 “린다 김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은 맹세코 없고 다른 부적절한 관계도 일절 없다”면서 “이전에 보안사 기무사에서 조사를 해 다 끝난, 익명으로 기사가 다 났었던 사건인데 이제 와서 뭐냐”고 흥분했다.

정종택 전장관에게 린다 김을 맨처음 소개한 ‘야당중진’으로 보도된 손주항 전의원은 “88년 LA에서 서각전시회를 할 때 그곳 고종사촌의 딸이 친구라며 소개해 알게 됐다”며 “그러나 정전장관에게 소개해준 기억은 없고 아마도 나를 팔아 정전장관에게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전의원은 “당시 듣기로는 거짓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자였으며, 그렇게 예쁘고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양우 전국방장관과 금진호씨 등 일부 인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린다 김에게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C전장관은 “린다 김은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고 부인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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