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어쩌면 그렇게 맛있게 부를까. 귀에 담쑥, 입에 착착 달라붙는 감칠 맛이다. 경기소리 명인 전태용(1922-1991)의 노래를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난다. ‘얼씨구’ 하고 추임새를 넣지 않고는 못배길, 푸근하고 구수한 소리다.예술기획 탑(02-2274-0390)이 내놓은 ‘전태용 선생 경기소리판’(CD)은 그의 유일한 독집음반이자 유작 모음이다. 여기저기서 어렵게 찾아낸 녹음을 한데 모았다. 그는 경기 굿판의 악사로 유명했지, 남들 앞에서 노래한 적이 거의 없어 그 기막힌 경기소리 솜씨가 알려지지 않았다.
죽고 나서야 떴다. KBS 녹음으로 그의 ‘창부타령’ ‘노랫가락’ ‘뱃노래’가 라디오 국악 프로에 소개되자 신청곡이 쇄도하며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그의 경기민요는 독특하다. 같은 노래라도 가사 붙임이나 곡조나 창법이 다르다. 자유자재로 장단을 넘나들면서 엇박과 변조를 구사하기 때문에 요즘의 판에 박힌 듯한 경기민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넘친다.
전태용식으로 부르려면 가사 붙임이 어려워 장단을 삐기 쉽고 가락 따라잡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절묘한 솜씨다. 감정 표현 또한 어찌나 절실한지 아무리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이 음반에는 창부타령, 노랫가락, 뱃노래, 사발가, 청춘가의 노래 외에 그가 해금을 켠 경기시나위, 징을 친 경기도 살풀이도 들어있다. 총 17 트랙 중 창부타령이 7트랙, 노랫가락이 3트랙이나 되는데, 저마다 맛이 달라 그의 음악적 처리 능력이 대단했음을 실감케 한다. 듣고 있노라니 창부타령 후렴구가 절로 터진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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