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상씨부부피살사건㈜효성고문 문도상(文度祥·65)씨 부부 피살사건이 2일로 발생 한 달을 맞았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사건의 윤곽조차 그려내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어 벌써부터 장기미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1일 맥풀린 표정으로 “한 달동안 밝힌 것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그대로 남은 의혹들
경찰은 원한이나 재산을 노린 면식범의 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친인척 등 주변인물들에게서는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당황한 경찰은 17일 부산 연쇄살인범 정두영(鄭斗永·31)의 머리카락을 뽑아 감식을 요청하고 청부살인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등 완연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좌추적 등으로 20억원대라는 문씨 재산의 대부분을 파악했지만 실제로 금품이 없어졌는지, 심지어 범인이 몇명인지 조차도 분명치 않다. 경찰은 거실과 주방에서 각각 커피잔 2개와 와인잔 2개가 발견된 점과 피묻은 족적 4개의 크기가 서로 다른 점을 들어 2인이상 남녀의 범행으로 추정했으나 CCTV에 나온 ‘용의자’는 주민으로 족적도 동일인의 것으로 확인됐다.
■ 바닥난 용의자
그동안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제시했던 문씨의 재산관리인 모은행 직원 S씨(여), 재산관계로 문씨와 크게 다툰 전 가정부 K씨(여), 문씨의 귀가 시간을 거짓진술한 경비원 L씨 등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사실상 용의자들이 소진됐다.
경찰은 이밖에도 문씨의 부인 천씨가 더 잔혹하게 살해된 점을 중시, 문씨와 모종의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H씨(여)와 수양딸 L씨(여) 등 주변인물을 샅샅이 훑었으나 역시 혐의점을 찾지 못해 두 손을 놓은 상태다.
수사팀은 최근 다용도실 수건에서 문씨부부의 혈흔과 뒤섞인채 발견된 AB형 혈액과 거실 화장실에서 찾아낸 5가닥의 머리카락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으나 범인의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는데다 감식결과와 대조할 용의자도 바닥나 별 무소용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혈액과 유전자분석결과를 가지고도 범인을 못잡으면 경찰의 자존심 문제”라면서 “용의자가 바닥난 것은 고위층이 많은 친인척들을 수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 꽉 막힌 수사전망
수사가 원점을 맴도는 원인은 경찰내부의 조급증과 드러나지 않는 실수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수사관은 “상부의 지나친 관심과 사건해결 조급증이 맞물려 수사가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고, 또다른 수사관도 “상부의 눈치를 보느라 털 것을 제대로 털어내지 못하니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 수 밖에 없다”고 투덜거렸다.
경찰은 이제 수사 무기력증까지 보이고 있다. 한 수사관은 “지난 주 답답한 마음에 점을 보기까지 했다”며 “여기저기 쑤셔보다 보면 언젠가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꼬리를 흐렸다.
다른 수사관도 “문씨 내외가 모두 살해돼 집안 사정을 말해 줄 사람이 없는 탓에 수사가 어렵다”며 “이미 짚어볼 만한 것은 모두 짚은 상태라 새로운 제보나 단서가 없는 한 더이상 할 일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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