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투신증권 정상화를 위해 총수의 사재 출자를 포함한 자구계획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현투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현대는 그동안 “총수의 사재출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버텼지만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밀려 계열사 및 오너들의 현투 증자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 등 총수일가의 사재출자 규모 및 시기등을 포함한 새로운 자구계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측 사재출자 수용배경
현대가 우여곡절 끝에 총수의 사재 출자 카드쪽으로 돌아선 것은 정부의 초강경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현대투신이 1조2,000억∼1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을 털어내려면 정부의 유동성 자금 지원이 절실한 데다, 정부와 정면대치하는 듯한 양상을 보일 경우 대외신인도 추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1일 이기호(李起浩) 청와대경제수석,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등 고위당국자들이 직접 나서 현대측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 금감위원장은 현대가 지난달말 발표했던 현투 자구계획안의 일부내용을 고쳐 정부의중을 탐색한 것에 대해 ‘미흡하다’며 거부하고 총수의 사재출자 등 ‘시장이 납득할 만한’ 획기적인 카드를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이 경제수석도 현대투신의 대주주 현대전자 및 증권이 증자에 참여하고 이때 발생한 실권주를 오너들이 인수하라며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했다.
사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몽헌(鄭夢憲)그룹회장이 1일 해외에서 급거 귀국, 이익치(李益治)증권회장, 김재수(金在洙)구조조정본부장 등 측근과 밤샘회의를 통해 사재출자 등 고강도 자구계획을 포함키로 한 것도 국면전환에 결정적인 동인으로 작용했다.
■사재출자 방법및 규모
정부는 대주주인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등이 현투의 증자에 참여하고 이때 발생하는 부족분을 오너들이 사재를 출자하여 메워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는 그동안 현대투신의 부실에 총수 일가의 책임이 없고 현대전자와 증권이 지난해 말과 연초에 현투에 5,000억원을 출자했다는 논리를 들어 사재출자는 어렵다고 반발했다. 총수들도 보유재산을 주력사에 출자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이상 출자할 여력이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총수의 전격적인 결단을 통해 4,000억∼5,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 자구 후 자금지원
정부는 현대투신이 안고 있는 연계콜 3조2,000억원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증권금융자금을 9%대의 시중금리로 지원한다는 방침.
그러나 현대측은 1조원 규모의 증권금융자금을 5%대의 장기저리로 지원할 것을 요구, 난항을 겪고 있다.
금감위측은 98년 현대가 한남투신을 인수했을 때는 부실 투신사를 인수한다는 명분이 있었던데다 당시엔 저리의 비실명 증권금융채 발행이 가능했으나 시한이 이미 지나 관련법을 손질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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