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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16) 재소자의 인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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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16) 재소자의 인권(상)

입력
200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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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4일 0시30분 모두가 잠든 천안 소년교도소의 한 감방. 선배 재소자의 훈계에 앙심을 품은 김모(19)군이 잠을 자고 있는 용모(22)씨의 왼쪽 눈을 볼펜으로 찔렀다.용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교도소측이 보호자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오후 1시께까지 수술을 미뤘다.

수술 이후 ‘1주간 입원치료 및 5주간 통원치료’라는 진단이 나왔는데도 교도소측은 ‘그의 눈은 가망없다’며 퇴원을 종용했다.

용씨의 형(28)은 “교도행정을 개선하라는 상부 지시가 나오고, 선거가 코 앞에 다가오자 교도소측이 사건을 덮어두려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교도소측은 가족과 인권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용씨를 입원시켰다.

3차례 수술을 받은 용씨는 ‘완전실명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4월29일 퇴원했다.

교도소 내 인권유린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개선조치가 발표됐다. 하지만 요즘 나도는 “신장된 것은 양심수와 조직폭력배의 인권뿐”이라는 농담이 변하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시끄러운 후원단체’가 있는 재소자 취급은 눈에 띄게 변했지만, 대다수 일반사범의 형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자에게 교도소내 인권은 ‘신문구독이나 집필권’ 등을 지칭하지만, 후자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지난해 법무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48개 교도소와 구치소에 근무하는 의사는 법정정원 64명에도 못미치는 59명으로 재소자 1,080여명당 1인꼴이다. 그나마 1인당 의료비는 연간 3만2,138원에 불과해 병치료는 기대하기 어렵다.

열악한 환경에 비례해 교도소 내 사망자는 1997년 31명, 98년 30명, 99년 8월까지 16명. 그중 자살자가 각각 9명, 5명, 5명이고 이들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이어서 인권단체들이 해마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운동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수감생활중 교도관으로부터 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재소자들은 전체의 30%(97년부터 출소한 230명 대상 설문조사)를 넘는다.

폭행에는 수갑·포승의 과잉사용에서부터 법에 금지된 계구인 쇠사슬(연쇄), 몽둥이, 전기봉까지 동원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는 않고 재소자의 교도관 폭행건수가 98년 151건에서 99년 306건으로 늘어났다고 엄살만 피우고 있다.

이상희(李相姬·28) 변호사는 “징벌권 남용과 위법한 계구 사용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엄격히 금지돼 있다”면서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교도소를 바꾸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기구개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입력시간 2000/04/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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