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현대투신에 대한 총수 사재출연 얘기가 나오면 여전히 “도대체 뭘 내놓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불만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계열사 주식이기 때문에 사재출연을 위해 이를 처분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책임경영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또 현대투신이 올 1월까지 8,200억원을 증자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5,000억원을 참여했다는 점도 내세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성의표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장고(長考)를 거듭하며 사재출연의 명분과 시장에 미칠 효과, 복잡하게 얽힌 지분관계 등을 요모조모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투신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울 수 없는데다, 당장 필요한 1조원의 증권금융 지원을 얻어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주말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원장이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시장이 납득할 만한’ 고강도 자구노력을 재차 촉구하고 현대투신의 자체 경영정상화 계획도 기대에 크게 미흡하다며 수정을 요구하자 “칼날이 목 앞에 와있다”며 곤혹스런 모습이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지난주 말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찾아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미 현대가 1조원 안팎의 사재를 출연키로 하고 구체적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또 오너 일가외에 현대투신에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등 계열사들의 분담 부분과 외자 유치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금주 초 시장의 반응과 여론의 향방, 정부의 압박강도 등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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