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병’이란 말은 이미 옛말입니다. 8시간 학교수업보다 한시간 과외가 더 효과가 있는데 누가 하지 않겠습니까.”과외금지 위헌결정으로 벌써 각종 과외 상품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기세다. 가닥조차 잡지 못하는 뒷북 단속으로 고삐를 잡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인지 모른다. 일부 층에서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고 학교와 과외교사들이 유착하고 손을 잡으려는 조짐마저 보인다.
부산해진 과외 시장 학원들은 지역과 수준에 따라 각각 고급화와 대중화라는 양극을 향해 달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M학원은 기존 교실강의형 수업은 이미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출장식 강의 등‘대인밀착형 프로그램개발’로 상품화를 꾀하고 있다.
소수정예로 수업료 단가를 높이고 강사들의 인센티브를 강화해 이탈을 막는다는 계획. 반면 강북지역의 소규모 보습학원들은 ‘중·저가상품’을 꾸준히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은평구 H보습학원 관계자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학원비(5만-10만원)보다 약간 더 높은 가격수준에서 그룹지도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소위 족집게 강사로 소문난 프리랜서 강사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2,000만원대의 월수입을 올리는 D모씨는 “과외시장의 특성상 초고가 강사들은 암시장에서 활동해야 몸값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몸값 관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A급강사 끼리만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외국어, 수학, 과학, 발명 등 경시대회입상이 주요 대입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각종 ‘경시대회 과외’도 과열현상을 초래할 태세다. 주부 이모(48)씨는 “외국계 회사 간부의 부인을 외국어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아들의 영어 강사로 초빙했다”며 “전문강사보다는 고급영어에 익숙한 인텔리 외국인 등 새로운 유형의 선생이 인기”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작용 강남 A고 1학년에 재학중인 박모(16)군은 지난달 영어교사인 담임선생님에게 ‘주말에 집으로 오라’는 은밀한 통보를 들었다. 박군은 담임교사로부터 5명의 동급생과 주2회 별도 과외를 받고 있다. 현직교사의 과외교습 및 학교-학원간 유착관계는 가장 우려되는 현상이다. 교사들은 ‘만만 먹으면’ 제자들을 얼마든지 고객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B학원 관계자는 “수강생을 모으는 데는 교사가 최고”라며 “소개 대가로는 첫달 수강료를 모두 넘겨주는 게 학원가 관례”라고 말했다. 강동구 D고교 족집게 강사로 알려진 최모(34)씨는 “내신과외를 위해서는 담당교사들과 교제하면서 학교의 출제성향을 파악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1인당 200만원 이상의 고액과외로 유명한 강남의 C학원 관계자는 “학기초 교사접대는 빼놓을 수 없는 관례”라면서 “과외가 해금된 만큼 교사들도 더 편안하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소개시켜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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