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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 에세이집 '훔치다 도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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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 에세이집 '훔치다 도망치다...'

입력
200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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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흘릴만큼 타자에 관여하는 일’이게 무엇일까.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32)가 정의한 ‘사랑’이다.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나 ‘이성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란 보통의 사전적 정의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의미로 사랑을 새롭게 정의했다.

새로 번역된 그의 에세이집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민음사 발행)의 원제는 ‘사어사전(私語辭典)’, 문자 그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에 대한 유미리식 사전인 셈이다.

아사히신문에 연재했던 이 에세이들은 44개의 장에 47개의 단어들을 정리했다. 여자, 남자, 둘, 헤어짐, 성욕, 도망치다, 거짓말, 망상, 술, 속물근성 등 스스로 가려 뽑은 47개의 낱말에다가 유미리는 자신의 가족사와 성장사, 사랑과 소설가로서의 삶에 얽힌 이야기들을 진솔하고도 재미있게, 매력적인 글솜씨로 풀어놓고 있다.

술은 그에 의하면 ‘마시지 않는 사람은 한 가지 이상의 인생을 살 수 없다. 너무 마시는 사람은 또 하나의 비참한 인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정의된다. 결혼은 ‘붕괴해가는 공동 환상의 하나’이고 이혼이 쉬워진 까닭에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은 사용빈도가 줄어들었다고 정의한다.

유미리는 그 자신인 ‘작가’는 어떻게 정의했나. ‘어리지만 몸 속에 인생을 지나칠 정도로 채워넣기 위해, 토해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작가가 된 것만은 복받은 일이지만) 사람’이다. 그는 파친코 지배인이었던 아버지와 술집에 나가다 바람나서 이혼을 요구했던 어머니, 포르노 배우가 된 여동생 등 가족사를 들려주면서 “아무리 불행한 일이더라도 그것으로부터 눈을 돌려버리면 글을 쓸 수가 없다.

내가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재능의 유무가 아니라 자신을 응시하고 자신을 알고 싶고 발견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여섯살 때부터 밤에 공동묘지를 찾아가 죽은 자들과 대화하며 문학세계를 닦았다는 그의 일화가 이해되는 이야기다.

지난해말 만삭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당히 미혼모가 되겠다고 선언한 유미리는 올해 1월 아들을 낳고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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