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영화일수록 작품의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감독은 스탭, 배우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전작업을 치밀히 준비해야 한다. 효율성이 없다면 충분한 돈과 스타가 있어도 성공하기 어렵다.”제1회 전주국제영화제(CIFF)에 참석한 해외 영화인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미국 B급 영화의 황제, 로저 코먼(74)감독. ‘오마주(경의)와 회고전’부문에 선정, 29일 그의 영화 3편이 철야 상영됐다.
“내 영화에 내가 돈을 대기 때문에 저예산 영화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비를 기준으로 B급영화 감독으로 불리지만 작품까지 B급을 만든 것은 아니다. 인디영화 감독이라는 말이 더 좋다”
로저 코먼은 1950년대부터 미국 저예산 영화의 신화를 이룬 인물. ‘돌아온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Unbound)’ ‘기관총 엄마(Bloody Mama)’ ‘환각특급(The Trip)’ 등 독톡한 영화로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지만 지난해 자서전적 영화제작론인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100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 푼도 잃지 않았는가’(열린책들 펴냄)를 통해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영화제는 인생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이다. 부천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주에서도 영화에 대한 열망이 느껴진다”는 그는 “개막작 ‘오! 수정’은 프랑스 뉴웨이브 영화와 비슷하지만, 정말 새로운 시대(New, new century)의 독특한 정서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인디영화를 만들면서도 상업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비법에 대해 “270여 편 영화를 만들었고, 그중에는 실패한 것도 몇 편 있다. 책 제목은 사실과 다르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이며, 그것을 인물로 구체화하는데 영화의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몇 번의 실패 이유. “미 남부 고교 흑백 학생들의 갈등을 그린 ‘인트루더(Intruder)’는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너무 논쟁적이고, 고통스러워 그런 현실을 영화에서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는 게 관객의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 촬영 방식이 내용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영화는 이동이나 보관이 간편해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며 디지털 영화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대형 스튜디오의 감독 제안도 거절한 로저 코먼이 생각하는 인디영화의 매력은. “혁신적인 영화를, 개인적이고 좀 다른 시각에서 보여줄 수 있다. 감독 자신의 영화(His Whole Film)를 만들 수 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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