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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 비디오] 와인이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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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 비디오] 와인이 흐르는 강

입력
200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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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정 넘치는 프랑스 영화를 만나는 기쁨이라니. 이 계절을 위해 준비해둔 영화 같다. ‘와인이 흐르는 강 Les Enfants du Marais’(12세이상 가, 우일)는 5월의 노래로부터 시작된다. 4월의 마지막 밤, 창가에서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은 형편이 닿는 대로 돈을 주거나 달걀, 와인을 내놓는다.1일에는 까페를 돌며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은방울꽃을 파는데 부부나 연인들이 사서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한다. 1927년, 부르고뉴의 아름다운 전원 마을에서도 이런 풍속은 사라져 가는 전통이라고 아쉬워한다.

늪지대에 살고 있는 두 친구와 가족, 친구, 아이들의 반짝이던 한 때를 추억하는 영화. 참전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안고 홀로 사는 가리스(자끄 빌레), 집 나간 아내를 못 잊어 와인을 마셔대는 히똥(자끄 겜블린), 소심하고 섬세한 인테리 아메데(앙드레 두솔리에), 가난하지만 화목했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갑부 노인 리샤르(미셀 사루).

삶의 무게를 서로에게 의지하며 밤새 와인을 마시고 최후의 자유인이라고 외쳐본다. 이들의 사계절을 지켜본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 회상하는 형식인데, 소녀는 난생 처음 그네를 탔을 때의 흥분과 얼굴을 간지럽히던 햇살, 장미 내음으로 그 시절을 윤색한다. 막일하는 아버지를 둔 병약한 소녀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저택에 사는 소년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조르주 몽페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장 베커 감독의 ‘와인…’은 마르셀 빠뇰의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이브 로베르 감독의 ‘마르셀의 여름’과 ‘마르셀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와인…’의 어른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좀더 힘든 상황에 처해 있지만, “아름다운 계절이니 태양이 처리해 줄거야” 라고 할만큼 자연의 혜택을 구석구석 누리고 있으며, 조그만 일에도 크게 감사하는 순박한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당대의 풍속 재현도 세 영화의 미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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