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58)씨는 3년 전부터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고 가벼운 체조만 해도 관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 운동을 중단했다.지난 겨울에도 어김없이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던 김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통증이 어느 정도 가시자 큰맘 먹고 근교의 산에 올랐다. 하지만 오랜만의 외출인데다 무리한 탓인지 관절염이 더욱 악화해 다음 날 병원을 찾는 신세가 됐다.
봄이 되면 겨울에 관절 통증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나선다. 하지만 등산과 같이 무릎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활동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이 올라가면 통증이 감소, 관절염이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좋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절염 환자에겐 운동이 더욱 중요하다
관절염 환자는 보통 운동을 싫어 한다. 아프기도 하려니와 혹시 무리를 하다 관절이 더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심지어 의사 중에서도 운동을 자제하라고 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 관절염환자에겐 건강한 사람보다 운동이 더 필요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강동성심병원 류머티스내과 김현아교수는 “다리가 아프다고 오래 누워 있다 보면 혈액순환이 줄고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며 근육의 힘의 빠지고 관절의 유연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적절한 운동을 해주면 관절의 통증이 감소하고 심장과 폐의 기능이 향상돼 피로감이 줄어들며 뼈가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 관절염 환자에겐 어떤 운동이 필요할까.
■하루 30분 이상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한 환자는 하루 30분 이상 자전거 타기, 가벼운 체조, 수영 등 과격하지 않은 운동을 매일 하는 게 좋다. 특히 걷기는 가장 쉽고 편한 운동이다. 조깅이나 농구, 에어로빅 등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하루 5~10분에서 시작해 점차 늘려간다.
관절염 환자들은 관절의 경직을 막기 위해 ‘관절의 운동범위’를 매일 움직여주는 유연성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관절이 아프더라도 매일 의식적으로 관절을 움직여줘야 한다. 근력강화와 지구력 운동도 중요하다. 근력이 좋으면 관절을 움직일 때 통증이 덜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또 걷기, 수영 등 지구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장과 폐 기능이 튼튼해져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증상 초기에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 적절한 운동으로 관절 주위 근육을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
강동성심병원 김교수는 “유연성 운동은 매일 하고 근육강화 운동과 지구력 운동은 하루 걸러 한 번 정도 하는 게 좋다”며 “운동 전 가볍게 몸을 풀어 주거나 온열요법, 마사지요법 등을 하고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염 환자, 등산은 절대 금물
무릎 관절염 환자에겐 등산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을지병원 정형외과 최남홍교수는 “산에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무릎이 더 구부러지기 때문에 무릎에 압력이 증가해 관절염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골프와 테니스, 에어로빅도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만성적이고 전신에 걸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 근육에 류머티스 염증이 있으면 혼자 침대에 올라가지 못하고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기도 힘들다. 류머티스 질환을 예방하려면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을지병원 류머티스내과 장대국교수는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운동이 도움이 된다”며 “무리한 등산이나 에어로빅, 역기와 같은 심한 근육운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양대 류머티스병원 김성윤원장은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도 꾸준히 치료받아 몸이 좋아지면 골프나 등산을 해도 된다”며 “다만 테니스, 스키 등 관절을 다칠 수 있는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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